일본 수출규제 100일, 한일관계 국면은
일본 수출규제 100일, 한일관계 국면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0.11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보 이유로 반도체 부품수출 규제, 오히려 역효과
자동차·맥주·의류 등 불매운동 확산 일본 경제 타격

일왕 즉위식 이낙연 국무총리 참석 가능성도
일본 정부 태도 변화 없으면 관계 변화 힘들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402차 정기 수요시위'참가자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402차 정기 수요시위'참가자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11일은 일본 수출규제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 7월 4일 일본은 3대 핵심 반도체 재료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또한 8월에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촉발된 한일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려가 높았지만 오히려 일본 경제 타격이 더 컸던 조치였다. 최근 새로운 한일관계 국면으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전환점은 일왕 즉위식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 일본 제품 불매운동 전국 확산

지난 7월 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그 이유는 안보상으로 우리나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이 들리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형성됐고, 우리 국민은 분노를 느끼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당장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일본이 아닌 제3 국을 통해 해당 소재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해당 부품소재를 이제 더 이상 일본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여러 나라로 수입 다변화 정책을 펼쳤고, 국내 중소 반도체 소재 생산업체들 역시 거래처를 만들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자동차·맥주·의류 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한국닛산은 국내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한국닛산은 장기적인 이유로 인해 결국 체류하기로 결정했다.

수입맥주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일본 맥주는 편의점 판매대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맥주 광고 역시 방송이나 신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이 6천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일본 맥주 수입을 중단한 것이다.

의류산업 역시 상당한 타격이 있었다. 일본 의류의 대표적 브랜드 유니클로의 브랜드 가치가 27계단 하락하면서 순위권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항공업계에도 시련이 닥쳤지만 일본 지역 경제는 한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면서 무너지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대마도는 울상이다. 그만큼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일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 여행객 감소로 인한 생산유발효과의 감소는 일본 경제성장률 위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 경제를 무너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 수출규제 100일 동안 우리에게 닥친 위기보다는 일본에게 닥친 위기가 더 현실적이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대한(對韓)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WTO로 간 일본 수출규제

결국 일본 수출규제는 WTO에 제소됐고 11일 스위스 제네마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와 일본 측 수석대표가 만나 논의를 한다.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조기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정 협력관은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떻게 비합치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는 한편, 그에 기초해서 상호 합의할 만한 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구로다 준이치로 경제산업성 다자무역시스템 담당 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올 예정이다.

이번 협의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만남이다. 양자 협의는 WTO의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에 앞서 열리는 일상적인 절차로, 통상 과장급이 참석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장급으로 격을 높여 진행한다. 한국은 이 자리에서 일본이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서 규정한 최혜국 대우와 수량 제한의 일반적 폐지, 무역 규칙의 공표 및 시행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일본은 WTO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양자 협의에서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한국은 DSB 패널 설치를 요구하게 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난 8일 일본 맥주 수입액(지난 9월 잠정치)은 6000달러(약 700만원)에 그쳤다고 관세청이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99.9% 감소한 수치로, 일본 맥주가 사실상 수입 중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일본맥주 퇴출은 국내 맥주 시장 지각변동을 낳았다. (사진/뉴시스)
일본제품 불매운동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난 8일 일본 맥주 수입액(지난 9월 잠정치)은 6000달러(약 700만원)에 그쳤다고 관세청이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99.9% 감소한 수치로, 일본 맥주가 사실상 수입 중단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일본맥주 퇴출은 국내 맥주 시장 지각변동을 낳았다. (사진/뉴시스)

◇ 새로운 한일관계 모색은

이와 더불어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 때 우리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리가 일본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에서도 이 총리의 즉위식 참석을 마냥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일본의 태도 변화다. 아베 총리는 여전히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 방법으로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우리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어엎으라는 것이 되면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결국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번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쪽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아세안정상회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가 그 이전에 태도 변화를 보여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가에서 나온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