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해외 시장 효자, ‘CEO 리스크’ 부메랑 될까?
KT&G 해외 시장 효자, ‘CEO 리스크’ 부메랑 될까?
  • 손성은 기자
  • 승인 2019.11.2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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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삭티 인수 의혹…금감원 백복인 사장 소환 조사
KT&G 해외 시장 개척 ‘효자’ 인도네시아 담배 시장
해외 시장 공략 급했나?…CEO 리스크 우려도 솔솔

KT&G의 해외 시장 개척 작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 담배 시장 개척 목적으로 인수한 트리삭티의 매입 과정에서 분식회계, 배임 의혹이 불거지며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해당 의혹과 관련해 정밀 감리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칼날이 백복인 사장을 겨냥하고 있어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주>

복인 KT&G 사장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광고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백복인 KT&G 사장 모습. (사진/뉴시스)
복인 KT&G 사장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광고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백복인 KT&G 사장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KT&G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해외 담배 시장 개척과 관련한 의혹이 백복인 KT&G 사장을 겨냥하고 있다.

백복인 사장은 지난 2015년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을 추진해왔다. 이는 정부 정책에 따른 가격 인상, 흡연에 대한 인식 악화에 따른 국내 담배 시장 성장 둔화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해외 시장 개척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 관련 의혹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 금감원 칼날 왜 백복인 사장에게?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복인 KT&G 사장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이틀간에 걸쳐 조사국 직원을 KT&G 파견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지난 8~10일 역시 KT&G 임원들을 소환했다.

금감원은 KT&G가 과거 인도네시아 담배 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금감원은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의혹은 KT&G가 지난 2011년 트리삭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대금을 치렀으며, 이를 허위 공시했거나 분식회계 처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수차례 제기됐으나, KT&G는 과거 검찰로부터 회계부정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정감사장에서 또다시 트리삭티 인수 관련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 칼끝이 백복인 사장을 겨냥하게 된 것이다.

지난 10월 8일 국회 정무위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 회사 인수 과정에서 허위 공시나 분식회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윤 원장은 “그렇게 보인다”는 답변과 함께 KT&G가 조사 관련 자료 제출을 지연하고 있으며, 금감원은 검찰 고발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 KT&G 트리삭티 인수 무엇이 문제였을까?

KT&G의 트리삭티 인수 의혹의 핵심은 최초 지분 인수 시 지나치게 높은 대금을 치렀을 뿐만 아니라 잔여 지분 인수 과정에서 스스로 0원으로 평가한 주식을 고가에 매입했고,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KT&G는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 회사 트리삭티의 지분 51%를 갖고 있는 페이퍼컴퍼니 렌졸룩 지분 100%를 소유사인 조코로부터 한화 890여억 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렌졸룩 지분 인수가가 조코의 취득원가 180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것과 이중 590억원이 조코의 조세회피처인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KT&G의 트리삭티 인수 과정 관련 의혹의 핵심은 최초 지분 51% 매입이 아니다. 오히려 이후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는 과정에서 더욱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된다.

KT&G는 지난 2015년 말 경영악화로 앞서 사들인 렌졸룩 지분의 장부가액을 0원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KT&G는 스스로 0원 처리했던 지분 가치를 1000억원으로 산정하며 구주주 조코로부터 트리삭티 잔여 지분을 562억원에 취득했다.

특히 잔여 지분 취득 과정에서 KT&G는 2015년 초 구주주 조코로부터 협박을 받은 정황까지 포착, 최초 지분 인수 당시 이면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 KT&G는 왜 인도네시아로 갔을까?

지난 2015년 백복인 사장 취임 이후 KT&G는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렸고 올해 기준 총 11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KT&G 해외 시장 공략은 담배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내수 시장의 성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 왔으나 백복인 사장 취임 이후 전략 강화와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복인 사장은 지난 2015년 10월 취임 당시 국내 시장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해외 시장을 집중적으로 개척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KT&G는 백복인 사장 취임 당해 해외 담배 판매량 465억 개비를 돌파, 최초로 국내 담배 판매량을 추월했다. 2000년도 이전 국내와 해외 판매량을 모두 합한 수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KT&G의 해외 시장 개척은 성공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해외 시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39.3% 늘어난 2050억원을 기록했다.

KT&G의 해외 시장 개척 성과는 현지인 기호에 맞는 담배 개발은 물론 현지 법인 설립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 3분기 해외 법인 매출이 64.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KT&G 해외 시장 판매 성장은 미국과 인도네시아 시장의 기여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기존 주 공략지인 중동 지역이 부진한 가운데 새롭게 개척한 시장이 매출 신장을 이끈 것이다.

금감원이 트리삭티 인수 과정 의혹과 관련해 임원을 넘어 수장인 백복인 사장까지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이 트리삭티 인수 과정 의혹과 관련해 임원을 넘어 수장인 백복인 사장까지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해외 시장 공략 광폭 행보 CEO 리스크로 이어질까

올해 KT&G 해외 시장을 견인한 인도네시아 시장이지만 현재는 KT&G의 불안 요소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금감원이 트리삭티 인수 과정 의혹과 관련해 임원을 넘어 수장인 백복인 사장까지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백복인 사장이 지난해 연임 과정에서 트리삭티 인수 의혹으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만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연임에 도전하고 있던 백복인 사장은 트리삭티 인수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요 주주들의 반대에 전 임직원들의 고발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바 있어,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아울러 지난 2년간 관련 의혹에 대한 정밀 회계 감리를 진행해 온 금감원의 수장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KT&G의 조사 비협조 등을 거론하고 검찰 고발을 고려 중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백복인 사장을 직접 소환 조사한 만큼 CEO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성은 기자 katp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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