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단식 결정에 한국당 ‘경악’
황교안 단식 결정에 한국당 ‘경악’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1.2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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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갑작스럽게 단식투쟁 선언, 당 내부 어리둥절
현 시점에서 단식투쟁 선언에 초재선 초조한 상황

현 지도부 용퇴론 등 당 쇄신 방안 논의는 물거품
반문 정서에 기댄 황교안, 내년 총선 전략 부재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느닷없고 뜬금없다면서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장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을 쇄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당 대표 스스로 차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연 자유한국당은 당 쇄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내년 총선 승리 발판을 당 대표 스스로 걷어차면서 당이 어디로 흘러갈지 의문이라는 탄식이 흐른다.

◇ 청와대에서도 만류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단식이라니. 당 대표가 정신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자유한국당 당직자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지난 2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갑작스럽게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단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 자유한국당 내에서 당 대표가 단식한다는 소식을 안 사람은 극소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식을 들은 주요 당직자 중 일부는 뜯어말리기도 했다지만 황 대표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단식 선언을 했다.

황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선거제 개편안 철회를 주요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내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황 대표는 청와대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이어갈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것은 위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단식을 선언한 지 7시간 만에 국회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는 황 대표의 단식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황 대표가 심사숙고 끝에 단식투쟁에 돌입했다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당직자들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면서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칠 수 없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당직자들의 준비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식 소식을 들은 당 안팎에서는 “느닷없다” 혹은 “뜬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왜?”라는 반응이 터질 정도로 이날 황 대표의 단식투쟁 선언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 내부에서도 장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단식투쟁을 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황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인해 소통 없는 정부 여당을 향한 투쟁의 고삐를 바짝 당길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 당 쇄신은 어디로

가장 부정적인 반응은 당 쇄신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로 인해 모처럼 당 쇄신의 환경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초재선 의원들도 활발하게 당에 건의할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 중진들도 자신의 거취를 비롯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이 하나둘 모여 당 쇄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었고,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당 대표가 당 쇄신에 앞장서면 됐던 문제였다.

그런데 당 대표가 갑작스럽게 단식 투쟁 선언을 하면서 당 쇄신에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했는데 어떤 의원들이 당 쇄신 이야기를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현역 물갈이 압박을 받는 중진들로서는 일단 그 압박에서 벗어날 기회가 마련됐다. 초재선 의원들은 중진들의 용퇴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현 지도부의 퇴진 요구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현역 물갈이는 물론 현 지도부의 퇴진 등 다양한 쇄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황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당 쇄신을 논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심판을 꺼내 들면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는데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게 되면 결국 해당 행위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틀째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밤 국회의사당으로 자리를 옮겨 단신을 이어가던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틀째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밤 국회의사당으로 자리를 옮겨 단신을 이어가던 황 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사진/뉴시스)

◇ 반문 정서에 기댄 선거전략

또 다른 문제는 황 대표가 자꾸 반문 정서에 기댄 선거전략만 구사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운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에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예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반문 정서에 기댄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외연 확장을 할 수 없으며, 비호감도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꾸 투쟁 모습만 보여준다면 자유한국당을 유권자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 시점은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이른다는 점에서 무조건 강경 투쟁 노선만 걸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결국, 황 대표가 노린 것은 반문 정서의 결집이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현 지도부 용퇴에 대해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뜬금없고 느닷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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