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단식투쟁 선언에 초재선 초조한 상황
현 지도부 용퇴론 등 당 쇄신 방안 논의는 물거품
반문 정서에 기댄 황교안, 내년 총선 전략 부재
[한국뉴스투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느닷없고 뜬금없다면서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장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을 쇄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당 대표 스스로 차버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연 자유한국당은 당 쇄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내년 총선 승리 발판을 당 대표 스스로 걷어차면서 당이 어디로 흘러갈지 의문이라는 탄식이 흐른다.
◇ 청와대에서도 만류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단식이라니. 당 대표가 정신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자유한국당 당직자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지난 20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갑작스럽게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단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 자유한국당 내에서 당 대표가 단식한다는 소식을 안 사람은 극소수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식을 들은 주요 당직자 중 일부는 뜯어말리기도 했다지만 황 대표의 의지는 단호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3시 청와대에서 단식 선언을 했다.
황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철회, 공수처 설치법 포기, 선거제 개편안 철회를 주요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내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황 대표는 청와대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이어갈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것은 위법적인 일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단식을 선언한 지 7시간 만에 국회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는 황 대표의 단식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황 대표가 심사숙고 끝에 단식투쟁에 돌입했다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당직자들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면서 청와대 앞에서 텐트를 칠 수 없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처럼 당직자들의 준비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식 소식을 들은 당 안팎에서는 “느닷없다” 혹은 “뜬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국회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왜?”라는 반응이 터질 정도로 이날 황 대표의 단식투쟁 선언은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 내부에서도 장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단식투쟁을 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황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인해 소통 없는 정부 여당을 향한 투쟁의 고삐를 바짝 당길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 당 쇄신은 어디로
가장 부정적인 반응은 당 쇄신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로 인해 모처럼 당 쇄신의 환경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초재선 의원들도 활발하게 당에 건의할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 중진들도 자신의 거취를 비롯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이 하나둘 모여 당 쇄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었고,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당 대표가 당 쇄신에 앞장서면 됐던 문제였다.
그런데 당 대표가 갑작스럽게 단식 투쟁 선언을 하면서 당 쇄신에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했는데 어떤 의원들이 당 쇄신 이야기를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현역 물갈이 압박을 받는 중진들로서는 일단 그 압박에서 벗어날 기회가 마련됐다. 초재선 의원들은 중진들의 용퇴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현 지도부의 퇴진 요구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현역 물갈이는 물론 현 지도부의 퇴진 등 다양한 쇄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황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당 쇄신을 논의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 심판을 꺼내 들면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는데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게 되면 결국 해당 행위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반문 정서에 기댄 선거전략
또 다른 문제는 황 대표가 자꾸 반문 정서에 기댄 선거전략만 구사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 ‘정권심판론’을 내세운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정권심판론’에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예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하면서 반문 정서에 기댄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외연 확장을 할 수 없으며, 비호감도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집권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꾸 투쟁 모습만 보여준다면 자유한국당을 유권자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선언한 시점은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이른다는 점에서 무조건 강경 투쟁 노선만 걸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결국, 황 대표가 노린 것은 반문 정서의 결집이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현 지도부 용퇴에 대해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당 안팎에서 황 대표의 단식 투쟁이 뜬금없고 느닷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