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초강수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하나
필리버스터 초강수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저지하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2.0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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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수단 필리버스터 카드 꺼내들어
한국당에겐 묘책, 민심은 역풍 만들어

강 대 강 대치 국면 속에 여야 갈등은 더욱 증폭
분노한 민심 가라앉히지 못하면 침몰할 가능성도
자유한국당이 기습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가 또 멈춰선 가운데 1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본청이 방향표시와 맞물려 평행선을 달리며 자기들 주장만을하는 정당들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회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기습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가 또 멈춰선 가운데 1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바라본 본청이 방향표시와 맞물려 평행선을 달리며 자기들 주장만을하는 정당들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회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본회의 앞서 이날 상정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심의 역풍을 우려해서인지 민식이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러면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나섰지만 실제로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필리버스터, 한국당 입장에선 절묘한 계책

지난달 29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통과시키기로 한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안전법 개정안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민식이 부모를 비롯한 하준이, 태호, 유찬이, 해인이 부모들은 정론관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왜 협상 카드가 돼야 하냐”라면서 울부짖었다. 이에 취재하던 기자들도 눈물을 흘리는 등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전만 해도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안전법 개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고려해보겠다”고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본회의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갔다. 나 원내대표가 느닷없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들이나 부모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필리버스터 소식은 빠르게 보도됐고, 국민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쟁점 법안도 아니고 비쟁점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절묘한 계책이었다. 200여 개 안건에 대해 1사람당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한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200여 개 안건에 1건당 4시간씩만 해도 400시간이 소요된다. 정기국회가 오는 10일로 끝나게 되기 때문에 이날부터 정기국회 끝나는 시점까지가 270여 시간 정도 됐다.

그런데 1사람당 4시간씩이라고 하면 1건당 400여 시간이 되는 셈이다. 이를 200여 건이 안건이라고 하면 최소 8만여 시간이 소요된다. 다시 말하면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가 이뤄지는 셈이다.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을 저지시키려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절묘한 계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날 필리버스터 신청은 ‘선(線)’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쟁점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당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민식이법의 운명이 어찌되는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 모든 법안에 신청 → 선거법 상정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 우선 통과

민식이법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또다시 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을 우선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식이 부보를 비롯한 사고 당사자 부모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자신의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후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정한 합법적 수단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식이 부모를 비롯한 아이들의 부모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방이 계속 이어지면서 앞으로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2일로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이 만료됐다. 하지만 여전히 예산안 심사는 아직 종료되지 않고 있다. 예결특위는 오는 10일까지 마무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10일 이전에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본회의가 열리면 예산안을 비롯해 민식이법 등을 우선 처리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생각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기습 상정하겠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예산안과 민식이법 우선 처리를 약속했지만 갑작스럽게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일 원포인트 본회의도 열리기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 됐다.

예산결산 법정시한 하루앞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는 20년도 예산기금안 국회제출 서류(책자) 등 예산안 자료들이 쌓여있다.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필리버스터 진행으로 파행된 국회가 예산안 처리시안일인 2일을 하루 앞두고 있으나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예산결산 법정시한 하루앞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는 20년도 예산기금안 국회제출 서류(책자) 등 예산안 자료들이 쌓여있다. 자유한국당의 본회의 필리버스터 진행으로 파행된 국회가 예산안 처리시안일인 2일을 하루 앞두고 있으나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 민심 역풍은?

문제는 민심의 역풍이다. 자유한국당을 향한 민심의 역풍이 상당히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본회의를 거부하면서 민식이법 통과가 되지 않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이날 본회의 과정을 지켜봤던 많은 국민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이 우선 통과돼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격노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노한 민심을 어떤 식으로 잠재울 것이냐면서 “필리버스터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로서 소수당의 법안 저지 투쟁의 마지막 수단”이라며 “그러나 이것도 종국적인 저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분노한 민심을 어떤 식으로 가라앉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본회의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계책은 자유한국당에게는 엄청난 후폭풍을 안겨주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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