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설리와 구하라,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
[기획] 설리와 구하라,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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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 예방” vs “표현 자유 침해” 팽팽
“자극적 기사 쓰는 일부 언론도 문제” 지적
전문가들 “표현 자유 좋지만 처벌 강화해야”

악성 댓글이 다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들은 악성 댓글의 해결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난 상태다.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 근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국회에서는 이른바 ‘설리법’이 발의 됐다.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 근절에 도움이 되는지, ‘설리법’은 어떤 법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설리가 지난 10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설리의 사망은 인터넷 실명제를 재논의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사진/뉴시스)
▲ 설리가 지난 10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설리의 사망은 인터넷 실명제를 재논의하게 된 기폭제가 되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설리와 구하라의 비극적 선택 이후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부분 시행됐지만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나면서 폐지됐다.

하지만 설리와 구하라의 비극적 선택 이후 악성 댓글의 폐해를 막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시됐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인터넷 실명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며 인터넷 실명제가 재논의 되고 있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상태다.

찬성 측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무분별한 악성 댓글과 스팸메일을 방지할 수 있고, 인터넷 범죄에 대한 단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반대 측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과 개인정보 유출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란 댓글 등을 이용할 때 본인 인증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7월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데,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시행 이후 명예훼손 등의 불법정보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없다”라며 8명 전원 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잇단 극단적 선택 이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재도입 의견이 활발하지만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도 누군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다시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나오는 이유..... ‘설리와 구하라의 비극’

지난 10월 31일부터 카카오다음이 연예 댓글섹션을 잠정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악성 댓글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이버 범죄 및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으며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시작점에는 두 연예인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14일, f(x)출신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가 향년 2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설리는 지난 2014년 악성 댓글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활동중단을 선언할 정도로 생전 악성 댓글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생전 설리는 JTBC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의 MC로 활동하면서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써 밖에서는 밝은 척을 해야 될 때가 많다”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41일 후, 이번에는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도 향년 2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구하라 역시 생전 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구하라는 생전 SNS를 통해 “어릴 때부터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악플과 심적인 고통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악성 댓글을 달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 구하라는 생전 자신의 SNS에 "어릴때부터 악성 댓글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악성 댓글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 구하라는 생전 자신의 SNS에 "어릴때부터 악성 댓글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악성 댓글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진/뉴시스)

언론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설리와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 이후 악성 댓글뿐 아니라 그들에 대한 악의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쓴 언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자들이 소위 ‘검색어 기사’라는 이름으로 악성 댓글을 확대·재생산하며 SNS속 그녀들의 모습들을 나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를 올린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 분석 결과, 솔로로 복귀한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9년 10월 13일까지 설리에 관한 뉴스는 9200여 건에 달하는데 대부분 설리의 SNS를 이용한 기사가 많았다.

구하라 또한 전남친 사건이 처음 불거졌던 지난 2018년 9월부터 2019년 11월 23일까지 1133건의 기사가 작성됐는데 역시 대부분 SNS를 이용한 기사가 많았다.

이러한 기사들은 설리나 구하라 같은 연예인들의 SNS 라이브 방송에서의 발언, 글, 사진 등을 ‘논란’으로 규정해서 기사를 작성하는데, 기사의 본문과 아무런 상관없는 SNS속 사진을 캡처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조회 수와 노출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비단 인터넷 신문뿐만 아니라 유명 언론지에서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악성 댓글을 기사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뷰징 기사 팀에서 근무했던 한 기자는 “트래픽을 많이 올리는 기자에게 회사가 성과급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포털이 어떤 수를 써도 언론은 그것을 피해가려 하는데 이 생각이 변하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는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설리법’ 발의, 해결방안 될 수 있을까?

설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악성 댓글의 폐해를 지적하는 여론이 많아지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은 지난 10월 27일, <누구라도 악성 댓글을 삭제요구 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이라는 이름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개정안의 핵심은 혐오·차별적 악성 댓글 등을 불법정보로 포함해 공격당하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날,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터넷 ‘준실명제’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을 공개하고,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토록 했으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표시 의무를 부과, 포털사의 ID 공개정책을 통일하도록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댓글섹션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곳은 맞지만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한다”고 언급했다.

한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도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언론에서 강력한 처벌사례 등을 보도해서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처벌의 확실함이 중요하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문제도 있지만 현재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도 허위 시 징역 7년으로 약하지 않다. 때문에 형사적으로 악성댓글은 무조건 걸리고, 무조건 처벌 받는다”는 쪽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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