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진단] ① 한국마사회 '카르텔' 이대로 괜찮은가?
[공기업 진단] ① 한국마사회 '카르텔' 이대로 괜찮은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1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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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채용 등 방만 운영, 국감서도 질타’
의정부지사에 VVIP방 만들어 고액 베팅 ‘파문’
전문가, “마사회 입김 없는 외부기관 만들어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마사회 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마사회의 여러 적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달 12일에는 의정부에 VVIP 전용 경마 방을 따로 만들어 고액 배팅을 유도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부문에서 D등급을 받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밑부터 변화하겠다는 마사회의 약속이 어디까지 왔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부산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며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마사회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부산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며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마사회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부산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가 지난달 29일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마사회의 고용세습과 불법베팅, 승부조작 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으며 이번 국감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또한, 의정부지사에 VVIP 방을 만들어 밀실 고액 베팅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포착되며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세운 마사회의 의지에 의문점이 가중되고 있다.

◇ 한 경마 기수의 죽음, 마사회를 저격하다

지난달 29일,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내 숙소에서 기수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마사회 측의 조교사 채용비리에 대해 폭로하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교사들이 부정경마를 부추기는 모습이 싫어 기수가 아닌 조교사가 되기 위해 7년을 준비했지만 조교사가 되려면 마사회 고위간부들과 친해져야 조교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사회는 이에 입장문을 통해 “조교사는 개별 사업자로서 마사회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교사 채용비리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마사회의 설명이지만 A씨의 문제제기는 달랐다.

조교사 자격증을 따도 마사회의 결정에 따라 합·불 여부가 결정되므로 사실상 조교사 선발에 개입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마방은 마주로부터 위탁받은 말을 훈련시키고 관리하는 공간이지만 마사회가 임차인을 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업 여부를 마사회가 정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마방은 한번 임대받으면 계속 임대하는 구조이므로 매년 경쟁률이 높다.

종합평가는 정량평가 80%, 정성평가 20%로 이뤄지는데 정량평가만으로는 상대적으로 큰 점수 차를 내기 어렵지만 정성평가는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성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종합평가가 외부인도 참여하기 때문에 친분관계로 뽑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드러난 마사회의 민낯, 승부조작·불법베팅.... 고용세습까지

마사회의 오랜 적폐들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용세습도 다시 지적됐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마사회 측에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자로 마사회 비정규직 직원 551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 중 5496명은 렛츠런파크에서 마권 교환‧발매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중 재직자의 친인척인 경우가 98명에 달했고 이들의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우대를 받았을 거라는 의혹과 아르바이트 역시 아르바이트 직원 중 일부가 마사회 직원이 친인척을 꽂아주는 방식으로 뽑힌 것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실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마사회 아르바이트를 소위 ‘꿀알바’라고 부를 정도로 급여가 높아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아르바이트다.

이에 대해 마사회 측은 “아르바이트 채용도 블라인드 방식을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직원의 친인척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면접 역시 단체면접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친인척 관계 등은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마사회는 고위층을 위한 이른바 ‘VVIP방’을 만들어 고액 베팅을 유도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지난달 12일, 한 매체에 따르면 “마사회 의정부지사에 하루에 수천만 원씩 고액 베팅을 할 수 있게 밀실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마사회에서는 도박중독의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자체적으로 경마 한번 당 10만원으로 제한하는 상황에서 VVIP방을 1년 넘게 운영했으며 베팅 액수 또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사회 직원들 1000여 명 또한 ‘마이카드’라는 앱으로 불법베팅을 해왔던 것으로 국무조정실과 마사회 합동조사 결과 드러났다.

‘마이카드’ 앱은 베팅 시 경마 정보, 진행 상황, 속보 등을 받아볼 수 있고 온라인으로 마권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현행법상 기수, 조교사, 관리사를 포함한 마사회 직원들 모두 내부정보를 통한 베팅을 차단하기 위해 마권 구입이 엄격히 제한되며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마방에서 벌어지는 경마 승부조작이다.

마방은 조교사의 협조가 없이는 마주들조차 말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폐쇄적 공간으로, 승부조작은 마방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며 마주와 조교사, 기수들의 뒷거래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2016년 6월 22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마주와 조교사, 기수,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경마 승부조작을 수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에 근거해 경마비위 사건 연루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한편, 자정노력 강화를 통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마 이미지와 고객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 A씨의 죽음으로 마사회의 여러 적폐가 다시 떠오르는 가운데 마사회는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사진/뉴시스)
▲ A씨의 죽음으로 마사회의 여러 적폐가 다시 떠오르는 가운데 마사회는 신뢰회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사진은 서울 렛츠런파크의 전경 (사진/뉴시스)

◇ ‘신뢰회복’ 약속한 마사회, 신뢰회복을 위한 해결책은?

지난해 2월, 한국마사회의 제 36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낙순 회장은 “마사회가 그동안 적폐기관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신뢰회복을 위해 밑에서부터 변화하겠다”고 말하며 공공성·공익성, 투명한 업무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부문에서 마사회는 D등급(미흡)을 받았다.

2017년 C등급(보통)에서 한 단계 강등된 것은 물론 57개 기관 대상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에서도 D등급을 받았는데, 2년 연속 미흡판정을 받은 곳은 마사회가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의 죽음으로 불거진 여러 문제는 마사회가 김낙순 회장 취임 이후 기치로 내건 신뢰회복에 의문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 맞춰 마사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김낙순 회장은 지난해 5월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6대 혁신공약을 발표했지만 마사회 측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혁신과제를 이뤄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는 “마사회가 경마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경마의 공정성까지 관리하는 권한을 준 것은 불합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사회 내에서 여러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마사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별개의 외부 기관을 만들어 감시기능을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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