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리릭오페라단 정기옥 단장
【인터뷰】 한국 리릭오페라단 정기옥 단장
  • 김희영 기자
  • 승인 2019.12.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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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가장 감동적인 오페라 한 상
‘Winter Romance’ Grand Festival 겨울연가
▲한국리릭오페라단 정기옥 단장
▲한국리릭오페라단 정기옥 단장

[한국뉴스투데이]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12월이 왔다. 사랑하는 연인, 가족들과 보낼 연말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가운데, 한국리릭오페라단이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오는 1214()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될 Winter Romance는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실력 있는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연말에 듣고 싶었던 마음속 플레이리스트를 세계적인 가수들의 목소리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욱더 프로다운 자세를 유지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무대에 임하는 정기옥 단장과 함께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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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국리릭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을 보고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나 소극장 오페라는 재미없다는 틀을 깬 성공적인 무대로 평가를 받았었죠.

창단 이후 매 작품을 올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청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우선순위로 고민합니다. 2017년에 올렸던 사랑의 묘약도 많은 고민 속에 탄생한 작품이죠. 1800년대 도니제티가 만들 때의 사랑의 묘약은 시골 농촌 젊은이들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면, 21세기 한국리릭오페라단이 만든 사랑의 묘약은 도심 속 슈퍼마켓을 배경으로 직원들의 삶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해석과 현대적인 스타일로 개작한 덕분에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받았던 것 같아요.

작년 독창회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임하셨던 것 같아요. 끊임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독창회와 오페라를 격년으로 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독창회를 했으니 올해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2018년 독창회는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실현한 무대였어요. 그래서인지 지속적인 팬층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음식점도 늘 새로운 고객만 와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한번 온 손님을 단골로 만들어야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단골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맛있으면 됩니다. 모든 메뉴를 정성스럽고 맛있게 요리하면 고객들은 자연스레 단골이 될 수밖에 없죠. 연주자와 무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작년 독창회를 준비할 때 오케스트라와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없는 애로점이 있었지요. 한두 해를 지나 여기까지 오다 보니 준비할 땐 힘들더라도 공연이 끝난 후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것 같아요. 좋은 공연을 고정 팬들에게 선물했다는 그 마음 덕분에 계속해서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는 12월 15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될 한국리릭오페라단의 ‘Winter Romance’ 공연 포스터
▲오는 12월 15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될 한국리릭오페라단의 ‘Winter Romance’ 공연 포스터

한국리릭오페라단은 오는 1215(),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Winter Romance’ 공연으로 청중을 만납니다. 출연진과 레퍼토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무대는 지휘자 양진모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합니다. 소프라노 정기옥, 오은경, 조현애, 김순영, 이다미,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김철호, 이인학, 신상근, 바리톤 박상욱, 서정학, 박정민이 무대에 오릅니다. 1부는 카르멘 서곡과 푸치니의 <토스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며’, ‘별은 빛나건만’,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남몰래 흘리는 눈물등을 연주합니다. 이외에도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사랑아 파리를 떠나서’, <리골레토> 사랑스런 이름’, ‘그래 복수다등으로 레퍼토리를 꾸몄습니다.

이어서 2부는 ‘Winter Romance’ 주제에 맞춰 겨울의 낭만이 물씬 묻어나는 대중적인 작품으로 꾸몄습니다. 겨울을 주제로 한 테마인 닥터 지바고’ OST‘Somewhere my love’<러브스토리> OST‘Snow Frolic’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OST Over the rainbow,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오늘 밤’, Adolphe Adam‘O Holy Night’ 등 친숙한 작품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이번 공연에 직접 출연하십니다. 단장으로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게 많을텐데,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으신가요?

세월이 흐르면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저의 목소리를 확인할 때마다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기에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의 부담도 컸지만, 무엇보다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할 생각을 하니 너무 자랑스럽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무대는 진심을 다해 저의 모든 에너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도 저는 단장 정기옥이란 타이틀보다는 소프라노 정기옥을 더 사랑하니까요.

단장님이 생각하는 오페라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요?

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출해 내는 일을 좋아합니다. 오페라는 저에게 무한한 에너지와 상상력과 영감을 줍니다. 오페라는 모든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며, 우리 삶의 온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예술입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노래와 오페라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단장님께 가수 선정의 기준을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가수를 선정하는 기준은 노래입니다. 티켓 비용을 지불하고 온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순 없잖아요. 청중들의 귀를 풍성하게, 만족도 높은 공연을 선물하려면 잘하는 사람을 세워야 합니다. 청중들이 가수의 이름을 외우진 못해도 오늘 빨간색 드레스 입은 소프라노의 노래가 정말 좋았어. 집에 가는 내내 멜로디가 계속 맴돌 것 같아. 너무 즐겁고 행복한 공연이었어이렇게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함께하는 가수들에 대한 배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가수였기 때문에 가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에 똑같이 참여해본 가수로서, 단장님들이 때론 무리한 요구를 할 때마다 참 속상하고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 제가 단체의 장을 맡고 보니 당시 단장님들의 입장을 다소 이해하게 되었지요. 우리나라 실정으로 사립오페라단이 모든 걸 책임지고 가기에는 역부족인 것을 깨달았죠. 가수분들도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조금은 노력해주셔야 사립단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말로는 다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가수분들이 단체의 어려움을 조금 이해해 주시면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가수는 최우선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가수의 의무이니까요. 제가 단장이 되면 이 부분을 가장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허락된 무대마다 프로다운 자세를 유지하며 진심을 다해 노래한 소프라노 정기옥
▲허락된 무대마다 프로다운 자세를 유지하며 진심을 다해 노래하는 소프라노 정기옥

단장님은 오페라계에서 이미 오랜 시간을 활동하셨습니다. 이렇게 지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요?

매 순간 프로의 마음으로 임했어요. 여기서 프로라는 타이틀이 참 중요하게 다가오는데요, 프로세계에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프로라고 생각하고 저는 성악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에 본인이 성악가로서 떳떳하지 못하거나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면 태도부터 바꿔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악가는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근성끈기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두 가지만 있다면 지치지 않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프로의 자세는 어떤 것인가요?

사명감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A급과 B급이 있습니다. 스포츠선수들이나 연기자들만 보아도 느낄 수 있는데요, 살아남는 사람과 오래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대중들이 A급과 B급을 인정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건 바로 진심과 열정, 그 일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인정받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죠.

▲한국리릭오페라단은 2014년 창단 이후 성악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다양한 무대를 통해 오페라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리릭오페라단은 2014년 창단 이후 다양한 무대를 통해 오페라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후배 성악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성악가의 길을 가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는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서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연습했어요. 막상 살아남고 보니 진심으로 노래가 좋아졌고요. 사실 지금도 젊은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옛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그러면서 그때 더 열심히 할걸’, ‘조금만 더 노력해볼걸하며 지난날의 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부족한 게 많았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습니다. 어떤 무대이든, 그 무대의 개런티가 적든지 많든지 간에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요. 정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죠. 본인에게 허락된 시간은 한 번뿐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한국리릭오페라단은 2014년 창단 이후 성악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신인발굴 육성과 국내 외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 지휘자, 연출자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대중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63월 대전을 시작으로 공주, 전주, 창원, 등 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청소년 음악회등을 개최하여 문호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클래식을 통한 청소년 정서함양에 적극 기여하고 있는 한국리릭오페라단, 그 행보의 중심에는 정기옥 단장이 있다,

기획은 특별한 게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것입니다. 이번 ‘Winter Romance’를 기획하며 느꼈던 건 매번 겪은 시행착오를 보완해 점점 더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확신입니다. 관객들에게 명품 콘서트를 선물하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이번 연말, 공연장에 오셔서 함께 즐기시길 희망합니다.”

한국리릭오페라단의 ‘Winter Romance’와 함께한다면 행복한 연말을 보내기에 충분할 것 같다. 1214일 토요일 저녁 5,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보길 기대한다.

자료제공: 월간리뷰

김희영 기자 dud0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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