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강경 투쟁에 출마자 ‘냉가슴’
황교안 강경 투쟁에 출마자 ‘냉가슴’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2.17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당 행사 동원, 지역구 출마자들 ‘노심초사’
상대 정당 후보는 이미 지역 얼굴 알리기 나서

공천 룰 정해지지 않으면 황심(黃心) 어디로
중앙당 행사 동원 폭발 직전 지역구 출마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치고 본청앞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던 우리공화당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마치고 본청앞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던 우리공화당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전히 강경 투쟁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국회 경내가 보수단체로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국회 경내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에 당원들을 동원했고, 이 당원 중 일부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면서 9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집회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출마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다른 정당은 이미 출마를 준비하면서 지역구를 뛰어다니는데 자유한국당 출마자들만 당 행사에 불려가기 때문이다.

◇ 당 행사 참석하지만 불안한 출마자들

“더불어민주당 상대 출마자는 벌써 지역구 행사 등을 돌면서 얼굴 도장을 찍고 있는데 나는 광화문 집회에 왔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이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면서 하소연을 했다.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강경 투쟁을 구사하면서 당원들 동원령을 내렸다. 이에 지역구 출마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야 했다.

아직 별다른 공천 룰이 정해지지 않았고, 자칫하면 공천관리위원장이 ‘황의 사람’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 대표 눈 밖에 나면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당이 주관하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으며, 당원들도 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원내 혹은 원외 인사들은 당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지난 16일 보수단체가 국회 경내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때도 의원들은 빠짐없이 참석해서 규탄대회를 열어갔다.

당에서 하는 행사이고, 선거법 개정과 관련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이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는 행사였다. 이에 의원들은 참석했고, 당원들 참여를 독려했다.

벌써 당의 행사에 참석한 지 꽤 오래됐다는 것이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주중에는 국회에서 집회가 열리기 때문에 서울을 비워둘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최근에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때문에 국회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모르기에 서울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5분 대기조이다. 당 지도부가 “저리로 가라”고 하면 저리로 가야 하고, “이리로 오라”면 이리로 와야 하는 처지가 현재 국회의원들과 원외 출마자들이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쥐고 있으며, 아직 뚜렷한 공천 룰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역 50%를 물갈이하겠다면서 당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즉, 자유한국당 의원 중 지역구 국회의원 30여명 정도가 물갈이되고, 비례대표까지 합하면 50여명이 물갈이 대상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자신이 물갈이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얼굴도장을 찍어야 하는 신세다.

◇ 더불어민주당 출마자 이미 선거운동 돌입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 출마자들은 이미 지역구에 내려가서 각종 지역구 행사 혹은 동창회 등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서 지역구에는 각종 행사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주말이나 주중 저녁에는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 출마자들은 그 행사에 참석해서 얼굴을 비치면서 자신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지역 주민에게 알리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출마자들은 주말 저녁에는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야 하고, 주중에는 국회 본회의 상황 등으로 인해 5분 대기조가 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구 행사 등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연말연시가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는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가장 좋은 기회인데 당 지도부가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 공천만 따내면 뭐하냐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온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하소연했다.

지역구 출마자들로서는 냉가슴을 앓고 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역 당원들로부터 어떤 행사에 상대 후보가 참석해서 얼굴을 알렸다는 소식이라도 듣게 된다면 애가 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무조건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지역구 출마자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중 한 당원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중 한 당원이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결국 공천 문제

결국 공천 문제다. 아직 공천 룰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고, 현역 50% 물갈이를 하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물갈이 기준조차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당내에서는 이러다가 ‘황의 사람’이 공천의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황 대표는 보다 공정한 룰을 갖고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뚜렷한 공천 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출마자들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러다 언제 폭발할지는 모른다.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참석을 요구한다면 지역구 관리가 엉망이 된다. 상대 후보는 날아가고 있는데 우리만 기어갈 수 없지 않은가. 영남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될지는 모르지만, 비영남권은 공천을 받아도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자꾸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