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곰탕집 성추행 사건’, 1.33초와 젠더갈등
[기획] ‘곰탕집 성추행 사건’, 1.33초와 젠더갈등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2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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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곰탕집 성추행 사건’ 선고공판서 “원심유지 취지 판결”
대법 “피해자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모순점 없어.. 배척 말아야”
법조계 “피해자 진술만으로 근거 돼 vs 피해자 측으로 치우쳐”
젠더갈등 심화조짐.. 전문가 “인정과 대화로 공감의 폭 넓혀야”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상고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반면 피고인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점을 들어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젠더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1심 공판 이후 혜화동에서는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1심 선고 규탄대회와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맞불집회’까지 같이 열리는 등 젠더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대한민국 젠더갈등이 어디까지 왔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지난 12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가운데 사진은 1심 이후 혜화동에서 일어난 두 집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가운데 사진은 1심 이후 혜화동에서 일어난 두 집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 결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젠더갈등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사법부가 유죄로 추정한다"는 지적과 "가해자 진술에는 문제제기가 없는데 피해자 진술만 문제 삼는 것은 2차 피해"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있는 상황이다.

◇ ‘곰탕집 성추행’, 1.33초의 논란

지난 12일, 대법원에서는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사건의 상고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은 내용이 일관되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설명하며 원심유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모임을 마친 뒤 A씨는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가던 여성을 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피해자가 피해내용 등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으며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며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선고 이후 초범인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점, 피해자의 진술과 식당 CCTV 영상의 증거능력여부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특히 CCTV속 논란의 장면은 1.33초에 불과한데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2심 역시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추행 정도와 가족들의 탄원이 고려돼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A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 법조계도 엇갈린 시선... 1심 이후 젠더갈등 ‘폭발’

한편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조계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 변호사는 “직접증거가 있으면 좋지만, 사건에 따라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사건도 있고, 피해자의 진술이어도 재판부가 판단하기에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면 충분히 증거가 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초범인데도 1심에서 구속시킨 것을 보면 사건이 피해자 측에 치우쳐 진행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있다고 해도 면밀하게 CCTV 화면과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 및 상황을 살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심 판결이 나온 2018년 7월, 혜화역에서는 곰탕집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유죄추정을 규탄하는 집회와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집회에 대한 맞불시위도 같이 진행됐다.

당시 규탄대회 측은 "남성에게 사법부가 '유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모였다"며 "무고 피해자가 유죄 증거를 찾는 것보다 내가 무죄증거를 찾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맞불집회 측은 당시 “곰탕집 성추행 사건 관련 집회를 연 과정 자체가 2차 가해"라며 ”규탄집회가 열리면 맞불집회를 계속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결론은 공감... 대화가 중요하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남녀대결로 번져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젠더갈등이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공존의식을 토대로 한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법권력의 신뢰 하락과 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시위를 이슈화를 위해 남녀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단체들도 본인들 논리에만 매몰해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으니 소통하면서 건전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전문가는 “갈등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젠더 문제는 사회 전 영역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평등 인식과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남녀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로 공감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언론 역시 갈등조장 보다는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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