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비박’ ‘친박’ 분열 조짐
자유한국당 ‘비박’ ‘친박’ 분열 조짐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12.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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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강경 투쟁에 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TK·친박은 웃고, 수도권·비박은 노심초사한 상황

새로운 보수당과의 통합 어려워져, 새로운 세력화
국민통합연대 출범, 보수의 통합? or 보수의 분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웃는 사람은 대구·경북과 친박 세력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박계는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웃는 사람은 대구·경북과 친박 세력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박계는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웃는 사람은 대구·경북과 친박 세력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박계는 그야말로 노심초사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벌써 당내에선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보수 인사들이 주축이 된 재야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가 23일 출범한다. 아직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더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면 신창 창당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 황교안 강경투쟁에 골머리 앓는 당직자들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 팀장급 당직자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도부가 계책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글이다.

이 당직자는 “총선 준비 전략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구도·인물·정책 하나 없이 극우화된 모습만으로 한 표라도 가지고 올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당이 검사동일체 조직인 것처럼 굴러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황 대표가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비꼰 것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상명하복의 문화를 대표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이처럼 팀장급 당직자가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는 것은 당직자들도 황 대표의 강경 투쟁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삭발 투쟁, 단식투쟁 그리고 국회 경내 점거 등 그야말로 다양한 방법의 투쟁을 구사하면서 흡사 ‘전문시위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것이 현실이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정권심판론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황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30%를 넘어 4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였지만 현재는 20%대로 가라앉았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 비판할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대한 반사이익이 전혀 없다면서 당 지도부가 전략을 잘못 구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크게 친박과 비박으로 나뉜다. 또한, 지역으로는 대구·경북으로 대표되는 영남계와 수도권계로 나뉜다.

자유한국당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친이계·친박계로 분화됐다. 2008년 친박계 공천 학살 이후 친박계는 그야말로 똘똘 뭉쳤고,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 이후 친이계 공천 학살을 벌였고, 그로 인해 친이계와 친박계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친이계는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비박계로 바뀌었다.

또한, 친박계는 20대 총선에서 대거 공천되면서 현재 자유한국당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었다.

◇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 친박·TK 웃고 비박·수도권 울고

또한,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으로 대표하는 인사들과 수도권으로 대표하는 인사들로 나뉘는데 대구·경북 인사들 상당수가 친박계이고, 수도권 인사들 상당수가 비박계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태생적으로 계파 분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그런데 황 대표가 최근 강경 투쟁 상태를 보이면서 대구·경북과 친박계는 웃을 수밖에 없다. 영남이 자유한국당 텃밭이라는 점을 살펴보면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면서 대구·경북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공천만 되면 가능하다.

또한 강경 투쟁 상태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태극기 부대와 손을 잡게 되면서 친박계로서는 박 전 대통령을 내년 총선에 내세울 수 있게 됐다.

반면 비박계와 수도권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비박계와 수도권 입장에서는 ‘정권심판론’만 내세운다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또한, 태극기 부대와 손을 잡으면서 극우화됐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비박계와 수도권의 입장에서는 보수가 분열되면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가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황 대표가 연일 강경 투쟁으로 태극기 부대와 손을 잡게 되면서 ‘새로운보수당(가칭)’과의 통합이 더욱 어렵게 됐다.

비박계와 수도권으로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회 제4차 비전회의에서 당명 공모 시상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회 제4차 비전회의에서 당명 공모 시상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민통합 시민단체 결성

비박계 보수인사로 구축된 재야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가 23일 출범되는 것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이 됐다. 이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고, 정치판을 객토(토질 개량을 위해 다른 곳 흙을 옮겨오는 일)해 새판을 만들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한다”고 밝혔다.

공동대표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진홍 목사, 최병국 전 의원,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 이문열 작가 등이다.

여기에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권경석·안경률·전여옥·진수희·현경병 전 의원 등 과거 친이계 의원들이, 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등도 원로자문단에 합류했다.

이들의 활동은 일단 보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창립선언문 및 결의문에서도 “10·3 국민항쟁의 대의와 국민 명령을 받들기 위해 자유 진영의 치열한 반성과 과감한 혁신을 끌어내고 국민대통합과 국민 승리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수통합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들 단체의 창립으로 인해 보수 분열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TK·친박 vs 수도권·비박의 황 대표 강경 투쟁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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