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준기, 성 스캔들에 무너진 DB그룹 성공신화
[기획] 김준기, 성 스캔들에 무너진 DB그룹 성공신화
  • 박성규 기자
  • 승인 2019.12.2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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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전 회장, 가정도우미 성폭행 및 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
DB 창업주, 한때 10대 재벌에 등극하며 2세대 기업인 대표해
무리한 사업투자로 DB 위기 초래, 성폭행·추행으로 불명예 사퇴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년간의 도피생활을 마치고 지난 10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12월 20일 첫 재판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DB그룹의 창업주로 DB그룹을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으로 올려놓는 등 전성기를 이끌며 2세대 기업인의 대표로 손꼽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투자로 위기를 맞으며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다. 절치부심하던 김 전 회장은 결국 성폭행·추행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편집자 주>

김준기 전 회장이 지난 10월 귀국 후 체포돼 재판을 받고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재판에 대비해 준비를 마치고 귀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김준기 전 회장이 지난 10월 귀국 후 체포돼 재판을 받고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재판에 대비해 준비를 마치고 귀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재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별장에서 근무하던 가정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2017년 질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도피한 김 전 회장은 도피 2년만인 지난 10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긴급 체포됐다.

◇ 김준기 전 회장, 몰락한 창업주의 민낯

지난 20일, 가정도우미 성폭행· 비서추행 혐의로 구속된 김준기 전 회장의 첫 재판이 열렸다.

김준기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피해자의 기억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공소사실의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 대체로 인정한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위력으로 강제 추행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위력에 의한 성폭행·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준기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 근무하던 가사도우미 A씨를 성폭행하고, 2017년 2월부터 7월까지 자신의 여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그룹 총수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질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도피했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렸지만 김 전 회장은 6개월마다 합법적으로 체류 연장 신청을 갱신하며 귀국을 미뤄왔다.

그러던 지난 7월, 가사도우미 A씨의 자녀는 그간의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고 사회적인 공분이 확산되자 김 전 회장은 결국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 ‘2세대 기업인 성공신화’ 김준기 전 회장의 흥망성쇠

성폭행·추행으로 불명예 퇴진한 김준기 전 회장은 한때 2세대 기업인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한명이었다.

김준기 전 회장은 1944년 강원도 북평면(현 강원도 동해시)에서 부친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려대 재학시절이던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립해 1970년대 중동 건설 경기 붐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나간 김 전 회장은 1971년 동부고속을 세우고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을 인수했다.

이후 석유화학과 전자, 제철, 철강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으며 1983년에는 전경련 이사를 맡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계속해서 외연을 확장해오던 김 전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철강, 반도체, 금융, 농업, 물류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동부그룹을 재계 10대 그룹으로 성장시키며 ‘2세대 기업인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동부그룹은 외연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주요 사업이었던 철강사업의 둔화와 건설, 제철의 부진과 투자 실패 등이 겹쳐 2008년부터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동부그룹의 모체이자 핵심 사업이었던 동부건설 역시 건설업계 불황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자 채권단과 산업은행은 동부에 재정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결국 김 전 회장은 2013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체인 동부건설까지 매각하면서 금융과 전자 위주의 그룹으로 재편을 시도한 동부그룹은 사명을 DB그룹으로 바꾸면서 쇄신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한때 재계 10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던 DB그룹은 2016년 하반기부터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 사실상 그룹해체에 성추행사건까지.... 김 전 회장의 미래는?

2016년 하반기부터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에서 제외되자 일각에서는 사실상 과거 동양그룹처럼 DB그룹이 해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룹몰락의 핵심으로 지목됐던 DB하이텍이 2015년 창사 최대 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하는 등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전 회장은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48년만에 그룹 총수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당시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후임으로 이근영 동부화재(현 DB손해보험) 고문을 선임하면서 김 전 회장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자진 귀국과 관련돼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2년간 체류하며 법적인 준비를 완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여권이 무효화되고 국내에서 자신의 성추행·성폭행 사건에 여론이 들끓어도 돌아오지 않았었다”라면서 “2년 동안 체류하며 국내로 귀국해 재판을 받을 준비를 이미 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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