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무노조 삼성 입장 변화에 ‘기대와 우려’
81년 무노조 삼성 입장 변화에 ‘기대와 우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9.12.27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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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와해 혐의로 삼성 임직원 대거 법정구속
삼성, 노조 문제 사과 내용 담은 입장물 발표
앞으로 노조 대하는 삼성의 태도 변화에 관심

창립 81년간 노조를 인정하지 않던 삼성이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물론 사과의 배경에는 노조 와해에 개입한 삼성전자 임원들의 법정 구속이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사실상 총수직을 맡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상생을 거듭 강조하면서 삼성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노조관계자들은 이같은 회사의 입장 변화에 대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관망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던 삼성이 앞으로 노조와 어떻게 대화를 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편집자주>

창립후 노조를 인정하지 않던 삼성이 앞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갈 것을 약속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창립후 노조를 인정하지 않던 삼성이 앞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갈 것을 약속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1938년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 세운 삼성상회는 삼성물산과 삼성화재 등 각종 사업 분야를 망라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됐다.

1987년 이건회 회장이 2대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신세계백화점, CJ 등 형제들 간의 계열사 분리를 통해 1대때에 비해 세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삼성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1등 기업은 노조 탄압과 와해에도 1등이었다. 81년간 어떠한 노조도 인정하지 않았고 노조에 대한 계속적인 와해 공작은 결국 삼성전자 임원들의 법정구속으로 이어졌다.

◇ 노조 와해로 삼성 임직원 법정구속 ‘충격’

지난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1심 선고에서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13일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을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 역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노조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삼성 노조 와해와 관련해 삼성전자 법인을 포함,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총 32명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중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7명은 실형이 선고됐다.

특히 2개의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미래전략실에서 노사업무를 총괄한 핵심 인물이다.

강경훈 부사장은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기본 신상정보와 재산 상태와 성향, 친분 관계 및 노조 가입·탈퇴 여부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이상훈 의장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이자 삼성 경영의 핵심인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어 이상훈 의장의 구속으로 삼성은 경영에 큰 구멍이 생긴 셈이다.

◇ 삼성의 이례적인 입장문에 관심 ‘폭발’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삼성은 재판 다음날인 18일 ‘삼성전자‧삼성물산의 입장’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게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라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례적인 입장문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먼저 비정상적인 노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통해 그동안의 노사 문화가 잘못된 것을 인정했다는 점은 높게 살만한 부분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문제가 된 삼성전자서비스나 에버랜드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 상생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의 변화 ‘어디까지?’

삼성의 이례적인 입장문과 관련해 결국 삼성이 노조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며 전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지난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내놓은 메시지가 입장문의 내용과 더해져 앞서 1대, 2대 회장과는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투병으로 사실상 삼성의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첫 공식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삼성을 끌고 나갈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

하지만 막상 삼성 노조 관계자들은 관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의 계열사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그동안 회사와 노조간의 벽이 얼마나 높고 두꺼워졌는지 짐작케한다.

특히 지난 11월 16일 삼성전자노조준비위원회가 세 번의 노조 출범 무산에 이어 네 번째로 노조 출범을 했지만 당시 삼성은 노조 설립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노조 출범에 폐쇄적인 입장을 보여 앞으로의 입장 변화가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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