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양준일, 시대의 아이콘으로 돌아온 ‘나의 사랑 리베카’
[피플] 양준일, 시대의 아이콘으로 돌아온 ‘나의 사랑 리베카’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1.03 16:3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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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타고 제 1의 전성기 누려
과거 활동 당시 보수적 사회상 때문에 차별 받아
‘슈가맨3’ 방송 이후 순수한 성품으로 호감 얻어

“무대에서 노래하면 돌이 날아왔다”,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며 비자 연장을 거부했다” 지난해 ‘슈가맨3’ 출연 당시 담담히 풀어내던 양준일의 과거 활동 당시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양준일은 90년대 초 한국 사회에서 그저 그런 가수이자 차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온 ‘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은 다시 양준일을 소환했고, ‘탑골GD’라는 애칭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편집자 주>

▲ '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의 주인공인 양준일 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양준일의 선물'이란 이름으로 생애 첫 팬미팅 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 '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의 주인공인 양준일이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양준일의 선물'이란 이름으로 생애 첫 팬미팅 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뉴스투데이] 90년대 초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던 20대 청년은 2019년 50대의 나이가 돼서야 ‘온라인 탑골 공원 열풍’과 함께 30년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가수 양준일의 이야기다.

◇ Z세대가 쏘아올린 ‘양준일 신드롬’

지난달 20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릴 첫 번째 팬미팅 참석 차 양준일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팬들은 그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환영해요 양준일'을 등장시켰고 같은 날 오후 8시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팬미팅 티켓은 순식간에 전석 매진되고 일시적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또한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지하철 광고판에 양준일의 컴백을 축하하는 관고가 붙기도 했으며 여러 회사에서 광고모델로 기용하고자 러브콜을 보내는 등 아이돌 급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양준일의 이런 인기의 바탕에는 유튜브의 ‘온라인 탑골공원’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향유하고 열광하는 이른바 ‘Z세대’(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양준일에게 ‘탑골GD’라는 애칭과 함께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슈가맨3’인데, 양준일은 연예계 활동을 포기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가정을 꾸리고 식당 서빙 일을 하고 있으며 활동 당시에 받았던 상처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대중들은 “그토록 많은 아픔을 겪고도 여전히 씩씩하고,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양준일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양준일의 굴곡과 90년대 초 우리나라의 자화상

‘20세기를 살아온 21세기형 천재’라는 말은 양준일이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좋은 수식어다.

1991년 ‘리베카’로 데뷔한 양준일은 한국에 뉴 잭 스윙이라는 장르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지만 패션이나 음악, 퍼포먼스는 당시 보수적이었던 한국사회에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편견은 극심한 거부감과 반발로 이어졌고 아무도 양준일에게 곡을 주지 않았고, 방송 출연 기회도 많이 주지 않았으며 돌과 신발 등이 날아오는 무대 위에서 공연해야 했다.

재미교포이기 때문에 한국어가 서툴 수밖에 없음에도 영어가사를 많이 사용한다며 퇴폐라는 이미지를 씌우고 방송 중 영어를 많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정지를 내리기도 했으며 당시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며 비자 갱신을 거부해 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01년 V2로 활동 재개를 타진했으나 실패하고, 이후 일산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하다 미국으로 돌아가 음식점 서빙 일을 맡아야만 했다.

하지만 30년의 시간이 흐른 뒤 한국의 모습은 외국의 문화나 음악에 대해 익숙함을 느낄 정도로 변화됐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양준일이 30년 전 시도했던 스타일과 음악이 도리어 ‘90년대 음악임에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됐다’는 인식을 갖게 함과 동시에 대중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으며 ‘슈가맨3’에서 밝힌 비극적인 서사와 맞물려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더는 우리 사회에서 비운의 천재를 만들 수 없다는 대중의 바람과 양준일의 극적 서사가 맞물려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 양준일의 미래, “한국에서 정착하고파”

양준일은 지난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양준일은 팬미팅 당시 팬들에게 “여러분 곁에 있고 싶다”며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 표정을 보시면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준일은 책을 집필하고 있으며 ‘리베카’ 등 예전에 발표됐던 곡들을 리마스터링해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양준일은 “앞으로 고마운 마음이 스스로 변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서 팬들을 또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면서 “연예활동이 아니어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동안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양준일의 인기에 젊은 세대 뿐 아니라 5060세대도 응답하고 있는데, 패거리 문화에 지친 5060세대가 양준일을 보면서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 평론가는 “양준일은 90년대의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 같다. 다 흩어지고 사라진 그 시절 감성이 양준일에게는 여전히 남아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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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2020-01-04 15:38:17
아름다우신분 양준일님 꽃길만 걸으세요~♥

이경화 2020-01-04 14:28:24
컴백축하 양준일

영이 2020-01-04 13:07:13
이젠 그 아픔까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