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30 노리는 검은 늪 ‘작업 대출’
[기획] 2030 노리는 검은 늪 ‘작업 대출’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1.0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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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서류’ 만들어 은행 대출 알선, 피해자들 대부분 사회초년생
수수료 명목으로 30~80% 갈취해.. 작업 대출에 조직폭력배도 개입
전문가, “청년들의 부족한 금융지식이 사기 피해 키우고 있다”지적
금융당국, 금융교육협의회 담은 법안 냈지만 국회에 10년째 계류중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이른바 ‘닭강정 30인분 거짓주문’ 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최초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소행으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니 작업 대출 브로커 일당들의 소행으로 밝혀지며 작업 대출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작업 대출은 대출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짜 서류'를 만들어 대출을 받게 한 뒤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의 범행으로 주로 2030세대를 타겟으로 벌어진다. 작업 대출의 실체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작업 대출 브로커들은 위조서류를 만들어 대출을 받게하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해당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작업 대출 브로커들은 위조서류를 만들어 대출을 받게하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해당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 ‘닭강정 30인분 거짓주문’ 사건으로 밝혀진 이른바 ‘작업 대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작업 대출이란 대출이 힘든 사람의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게 한 뒤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의 사기인데, 주로 사회초년생을 상대로 작업을 벌이기 때문에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 ‘닭강정 30인분 거짓주문’ 사건.... 작업 대출 브로커의 ‘협박’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닭강정 30인분 거짓 주문‘ 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해당 가게 점주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사실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닭강정 30인분 단체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을 간 점주는 주문자 어머니로부터 “시킨 적이 없다”면서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 청년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주문 당시 영수증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해당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거짓 주문자들이 A씨를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혀온 이른바 '학폭 가해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은 이른바 ‘작업 대출 브로커’ B씨와 C씨의 협박으로 밝혀지면서 사건의 방향은 단순 업무방해에서 금융사기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 작업 대출, 사회초년생을 먹이삼다

‘닭강정 30인분 사건’에서 피해자 A씨는 사회초년생으로, 돈이 필요해 알아보던 도중 작업 대출 브로커인 B씨와 C씨의 꼬드김에 넘어가 위조서류로 은행대출을 시도하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A씨가 대출을 시도하지 않았고, 범행에 차질이 생기자 일종의 협박 메시지로 이와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대출 브로커들은 A씨와 같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사회초년생, 혹은 무직자를 주요 타겟으로 삼는다.

작업 대출이란 사회초년생이나 무직자와 같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대출금액에서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갈취해가며 일부 브로커는 대출금 전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갈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은 주로 대출 희망자를 모집해 대출에 필요한 재직정보나 소득정보,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해 ‘서류’를 만드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문제는 작업대출로 빌린 금액을 대출받은 사람이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는 점인데 애초에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국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작업 대출 사기가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교묘하고 전문화됐을 뿐 아니라 조폭들도 이러한 사기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 교묘한 수법으로 진화한 범죄,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지난해 4월,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대출사기단 D씨 등 2명과 조폭 E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대출사기단 3명과 조직폭력배 9명, 명의를 빌려줘 부당대출을 받은 청년 4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6년 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출서류를 위조해 시중은행에서 10억 원 상당을 대출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대출 모집책, 대출 실행책, 연결책, 위조책, 심부름꾼 등 역할분담을 나눠 조직적으로 운영했는데 이들은 은행권에서 지방 회사를 직접 방문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부족한 금융지식이 사기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또한 문제를 인식하고 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교육협의회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담았지만 해당 법안은 1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금융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특정 기관이 주도해 일관된 기준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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