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기업 수장들 줄줄이 총선 출마...나몰라라 줄행랑
[기획] 공기업 수장들 줄줄이 총선 출마...나몰라라 줄행랑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1.07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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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김형근‧김성주 총선 위해 줄사퇴
공기업 사장은 총선 출마 위한 스펙용?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까지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옷을 벗었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총선 출마를 앞두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공기업 수장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표를 쓰자 공기업 사장직은 총선 출마를 위한 스펙용 자리는 지적이 나왔다. 사장직 공석이 늘어가면서 공기업들은 또 다른 스펙용 사장을 기다리고 있다.<편집자주>

(왼쪽부터)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오는 21대 총선은 올해 4월 15일 치러질 예정으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에 들어갔다.

이번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공기업 수장은 모두 3명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무려 13명의 공기업 수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해 대규모 공석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이강래 사장, 도로공사 현안 뒤로 하고 기습 사표

총선 출마를 위해 가장 먼저 결단을 내린 인물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에 반발한 일부 수납원들이 해고됐고 수납원들은 자회사 고용을 거부하고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소송까지 불사했다.

지난 12월 6일 법원이 해고된 수납원들의 손을 들어주자 도로공사는 일부 수납원을 다시 채용했고 나머지 수납원들을 위해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해결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판결 하루 전인 5일 이 사장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고 19일 일신상의 사유로 퇴임을 강행했다.

이 사장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첫 공기업 인사로 임명돼 기대를 모았지만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총선 출마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사장은 올해 총선에서 전북 남원‧순창‧임실 지역 출마를 선언하고 권리당원 모집 등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 사장의 기습 사퇴에 격분한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가 총선 출마 지역까지 따라가 투쟁할 것을 예고해 험난한 총선 행보가 예측된다.

◇ 김형근 사장, 업무상 배임 불기소 판결받고 출마 단행

지난달 가스안전공사 확대간부회의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힌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지난 2일 이임식을 통해 물러났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고  충청북도의회 의장, 충북참여연대 및 충북 환경련 자문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무특보 등을 지낸 행정전문가로 가스안전관리 경력과는 거리가 있어 자질론에 휩싸인 인물이다.

또한 김 사장의 취임식이 조용하게 치러지는 일반적인 취임식 행사에서 많이 벗어나 충북 지역구 행사를 방불케하는 성대한 행사로 유명세를 떨치며 이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직원 성금 50%와 회사 예산 50%로 구성된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충북 청주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만 20여회에 걸쳐 집중 지원했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아 논란이 됐다.

이는 김 사장이 앞서 20대 총선 출마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충북 지역의 유력한 총선 출마 후보로 언급되고 있어 정치적 용도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또 충북 지역의 한 언론사에 홍보비와 광고비 협찬을 지시하고 교육생도 없는 허위 교육을 실시해 언론사에 돈을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김 사장의 자금 유용 등 업무상 배임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7월 가스안전공사 압수수색과 김 사장을 비롯한 간부 등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지만 최근 검찰은 김 사장의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 사장은 충북 청주 상당구 예비 후보로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들어갔다.

◇ 김성주 이사장, 총선 출마 유력 지역에 상품권 뿌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 2일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시병 지역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현 민주평화당 대표)에 989표 차이로 아깝게 패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 이사장을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이사장은 2017년 11월 임명돼 취임 2년을 넘겼지만 약 1년여의 임기가 남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김 이사장을 언급하며 전북 전주 덕진구의 한 노인정에 1만원권 온누리 상품권 100장을 전달해 공직선거법 제114조 기부행위 제한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또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외에도 국민연금공단의 가상화페 투자건을 비롯한 전산장비 통합 유지보수사업에 따른 업체 유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곧 경찰의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지만 김 이사장은 전북 전주시병 지역에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추후 행보가 주목된다.

◇ 공기업 사장들이 국회의원에 목매는 이유

이처럼 개인의 비리나 현안도 뒤로 하고 안팎으로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기업 사장들이 총선 출마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정권이 교체되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는 공공기관의 사장과 임원 등은 일명 보은 인사라는 명목하에 정권 창출에 이바지한 정치인들로 교체돼 왔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어느 정권에서나 예외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특수적 업무와는 상관없는 인사가 내정돼 자질론도 부지기수였다.

이들은 공기업 수장직을 맡아 정권 옆에 기대있다 총선이 다가오면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다시 정치판에 복귀한다.

이는 국회의원의 특별한 권한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등 다양한 특권 외에도 기본 수당과 입법활동비, 관리 수당, 정근 수당, 명절휴가비 등으로 연간 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이외에도 별도로 의정활동비로 연 9000만원 지원 받고 의원 1명당 보좌관 7명에 인턴 2명 등을 거느린다. 높은 보수 외에도 인지도와 명예 등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따라서 공기업 사장들이 정치인으로 채워지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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