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재판 변수될 준법감시위원회에 쏠리는 눈
이재용 부회장 재판 변수될 준법감시위원회에 쏠리는 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1.17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이 부회장 재판 앞두고 준법감시위원회 구성해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들과 서약 맺고 2월 중 출범
시민단체‧노조 등 이 부회장 재판 면죄부될 것 우려

오는 2월 중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한다. 이미 위원회를 구성하는 7명의 위원 구성을 마쳤고 운영 원칙 등이 정해졌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 중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준법실천 서약식을 연 가운데 나머지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출범된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배경부터 문제점까지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3일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은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고 준법실천과 관련해 직접 서명했다.

이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도 협약을 맺고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준법감시위원회 운영규정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가 끝나면 오는 2월 중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 준법감시위원회 출범 배경과 역할은

이번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 출범은 결국 지난해 10월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과 연결된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다음 공판 전까지 삼성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삼성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전 위원회 출범을 예고했고 지난 9일 준법감시위원 명단과 운영 원칙 등이 발표됐다.

위원회는 삼성과 별개로 회사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조직되고 삼성의 개입이 배제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된다.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이, 위원으로는 봉욱 변호사,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 등 총 7명이 내정됐다.

가장 먼저 위원회는 삼성의 준법과 윤리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에 7개 계열사 이사회나 경영위원회의 주요 의결‧심의사항 등에 법 위반 요인이 없는지 따지게 된다.

법 위반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위원회는 조사를 통한 시정 및 제재 요구를 하는 동시에 재발 방지 방안 마련 등에 나선다.

이어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와 관련해 위원회가 곧바로 신고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면서 법 위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이나 계열사나 특수관계인 사이의 내부거래, 협력업체와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공정거래 분야나 뇌물수수, 부당청탁 등 부패 행위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를 예고했다.

특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 문제와 승계 문제 등에서의 법 위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감시도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형 대표 변호사가 지난 9일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했다.(사진/뉴시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형 대표 변호사가 지난 9일 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했다.(사진/뉴시스)

◇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비난과 우려

문제는 위원회가 이 부회장 재판 감형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삼성엑스파일 사건, 비자금 의혹 특검 이후 만들어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하 삼지모)가 있다.

지난 2005년 한 언론인이 1990년대 중후반 삼성과 정치권, 검찰의 유착 사실이 담긴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테이프를 공개하며 삼성엑스파일 사건이 터졌다.

녹취록에는 15대 대선을 앞두고 삼성과 중앙일보의 불법 대선 자금 논의, 검사들에 대한 금품로비 논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관련된 삼성의 뒷공작 등이 담겼다.

또 2007년 삼성은 불법 비자금 조성, 정치자금 로비 의혹과 에버랜드 전환 사채 불법 발행 등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삼성의 근본적인 경영 쇄신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08년 삼지모가 결성됐다.

하지만 학계, 언론인, 시민단체 대표 등 8명으로 구성된 삼지모는 이건희 회장의 재판이 끝난 뒤 아무 성과없이 바로 사라졌다. 특히 삼지모 구성인 중 한명은 이건희 회장의 재판에서 이 회장에 유리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면죄부 역할을 한 뒤 흐지부지 없어지며 제 2의 삼지모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위원회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속노조 유성지회는 “김지형 위원장은 판사 시절 삼성의 3대 세습을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인물”이라며 “변호사 개업 후에는 삼성의 노조 파괴와 연관된 유성기업의 변호를 맡아 어용노조 설립과 직장폐쇄, 해고가 정당하다 주장한 인물”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친재벌 성향인 사람이 삼성에 들어가서 준법을 감시하는 위원장이 된다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결국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형량 낮추기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열린 17일 삼성 측은 재판부에 쇄신안으로 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된 준법경영안을 제출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