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느 경마 기수의 죽음, 유족들은 왜 집회에 나섰나
[기획] 어느 경마 기수의 죽음, 유족들은 왜 집회에 나섰나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1.27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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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대책위 꾸려 마사회 대책 촉구
마사회 셀프징계 논란, 노동청 시간끌기
마사회, 함구하다 논란 커지자 대책 발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문중원 씨가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지 55일이 지났다. 하지만 마사회 측에서 어떠한 사과나 약속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 유족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며 무기한 장례거부에 들어갔다. 또한 대책위원회 천막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집회를 열었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마사회 측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을 꺼내며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故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한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들은 마사회의 대책과 사과를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 故 문중원 기수가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한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들은 마사회의 대책과 사과를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유족들이 마사회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집회에 들어간 가운데 마사회 측이 22일 대책을 내놓았다.

마사회 측은 공정경마를 내세우며 조교사 개업심사 평가제도 개선 등 심사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사회가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다 다급히 내놓은 대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진정을 받고도 시간을 끌었던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 유족들이 장례를 거부한 속사정

지난 16일 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며 지난해 11월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故 문중원 씨의 49재가 열렸다.

그러나 유족 측은 마사회 측에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장례는 두 달 넘게 치르지 않고 있다.

앞서 문 씨는 마사회 측의 조교사 채용비리와 일부 조교사의 부정경마 지시 등을 폭로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그에 대한 사과와 제도개선을 담은 발표는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고인이 유서에 언급한 마사회 불법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과 부조리 행위 당사자 처벌과 적극적 제도 개선, 마사회의 공식적 사과, 유족 위로보상이며 설 전에는 문 씨의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 등이 가세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마사회 측과의 협의에 들어갔으나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20일과 21일에도 교섭을 이어 나갔지만 진전 상황은 없다고 전한 상황이었다.

◇ 드디어 재발방지책 발표한 마사회

마사회 측은 문 씨의 죽음 이후 별다른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발표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마사회 측은 당초 문 씨의 죽음에 대한 경찰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문중원 기수의 유서 내용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냐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사건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부랴부랴 마사회 회장명의의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마사회는 상생과 협력의 경마제도 혁신을 위해 경마상금 배분구조 개선 등 경쟁구조 완화 및 소득 양극화 개선을 강조했으며 환경·노동·인권·책임 등이 포함된 표준계약서 권고 시행 및 경력·면허 취득기간을 우대하는 조교사 개업심사 평가제도 개선 등 심사의 투명성·공정성을 확보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족측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 집회를 여는 등 사건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또한 비리여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인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故 문중원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별다른 입장발표가 없던 마사회는 사건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김낙순 마사회장 명의의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故 문중원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별다른 입장발표가 없던 마사회는 사건이 커질 기미가 보이자 김낙순 마사회장 명의의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문중원씨의 죽음은 어떤 결말을 맞나

문 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기수들이 제출한 노조 설립을 신청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어깃장을 놓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신청한 부산·경남 경마기수들의 노조 설립신청서에 대해 다음날 노동청은 이들에게 설립신고 사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지방노동청 측은 경마기수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 지 여부 등을 확인하려면 사용자와 체결한 계약서 및 보수지급, 근무형태, 노조 조직형태 및 대상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마기수들은 공공부문노조에는 속해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으로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사실상의 어깃장을 놓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노동청 측은 “두 개의 시도에 조합원이 있어야 신고가 가능하고 근무장소와 계약이 이루어진 마방 위치 등에 대해 보완자료가 필요하다”며 “노조법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면 3일 내로 교부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만큼 검토에 시일이 필요하며 여러 대법원 판례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렛츠런파크 기수 측은 22일 성명을 발표하며 “이들의 절박함에 고용노동부가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사회 측의 성급한 재발방지책 발표와 고용노동부의 어깃장 속에 대책위 측은 “설 전 해결을 위해, 제8의 문중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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