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하나님의 눈물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 하나님의 눈물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0.01.3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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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생은 하나님의 것이었다
사잔 제공= KBS미디어
사잔 제공= KBS미디어

진정으로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모든 일은 하나님이 주관하시며, 우리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온전히 주님께 의지하면서 믿고 따르는 마음가짐일 때 우리는 가난한 상태가 됩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아무리 제가 가려고 해도 갈 수 없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을 하지 않으셨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되면 마음이 가난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도울 줄 알게 되며, 그럼으로써 이웃사촌과 친구가 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 이태석 신부의 강론 모음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중에서 발췌)

 

나보다 남을 먼저

사진 제공= KBS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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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를 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쳤다. 2010년 개봉한 1편에 담지 못한 이태석(1962-2010) 신부의 인터뷰와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를 연출한 강성옥 감독은 2003[KBS한민족 리포트]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강 감독은 주는 것보다 나누는 것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생각한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통하여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편을 연출했다고 한다. 82분의 짧은 영화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은 깊고 높다. 이 여운이 싸구려 인본주의 감상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며 이태석 신부의 강론집을 읽고 또 읽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길도 제대로 없는 척박한 지역. 지독히 가난한 톤즈의 일상이 환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읽던 책장을 덮고 잠잠히 강론 말씀을 묵상한다. 말의 이 말씀이요 말씀이 곧 생명이라 하지 않았나? 이 신부는 어린 시절부터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복음 2540)”라는 성경 말씀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 말씀을 품고 있던 소년 이태석은 사제가 됐다.

오병이어 기적으로 오천여 명을 배불리 먹이신 후, 제자들을 따로 부른 예수는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 육신의 배부름에 취해 있던 제자들에게 말씀의 참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말씀이 생명이라고.

 

사진 제공 = KBS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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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행복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그 고통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유언했던 다미안(1840-1889) 신부. 그는 하와이에서 한센 병자를 돌보며 그들의 고통을 몸으로 느끼고자 하여 자신도 한센병에 걸리길 기도했다. 그 기도의 응답이었던가 다미안 신부는 48세에 한센병으로 선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성당에서 다미안 신부의 선교 활동을 담은 영화를 본 후 소년 이태석은 사제가 되길 소망했다. 그러나 그 소망은 내색할 수 없었다. 바로 위에 형이 먼저 사제의 길을 선택했으므로 자신까지 사제가 되겠다고 홀어머니에게 차마 말을 못 하고 의과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미 이태석 청년을 아프리카 수단 톤즈의 사제로 준비시키셨던 것 같다. 인간이 마음으로 앞길을 계획하여도 그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은 주권자의 마음이 아니겠나.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의 북동부에 있는 수단은 수차례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다. 1889년부터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령이다가 195611일 수단공화국으로 독립한 수단은 남북을 합친 한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큰 나라다. 이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갈라져 있다. 북수단은 아랍계가 살고 남수단은 원주민이 산다. 톤즈는 남수단에 속한 지역이다. 끊임없는 내전으로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지역 톤즈. 수수 한 움큼이 하루의 식사량인 지독히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신학교 시절 단기 선교 활동을 다녀온 청년 이태석 마음을 설레게 했던 아프리카는 그가 선교지로 마음에 품은 곳이다. 2001년 사제가 되어 아프리카 톤즈에서 8년을 살았다. 그러나 처음 톤즈에 도착했을 때는 문화적 충격이 너무 커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그런 그가 8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대장암이 치유됐다면 그는 지금도 그곳 톤즈에 살고 있을 것이다. 사제로, 의사로, 교사로, 건축가로, 음악가로, 그리스도 예수의 제자로. 그러나 하나님은 이태석 신부의 발을 멈춰 세웠다.

저 역시 제 십자가가 무겁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러분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와 웃음, 욕심 없는 마음에 힘을 얻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매우 슬플 때,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모든 이에게 신에게조차 버림받았다고 느껴질 때, 선지자 예레미야와 사도 베드로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일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다시금 짊어지고 한 걸음씩 새로 걸을 수 있습니다. 십자가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실 것입니다. 부활의 영광을 주실 것입니다이태석 신부는 그렇게 톤즈의 연약하고 병든 자들을 품어 앉았다. 생명이요 진리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구원을 전했다.

하나님이 주시는 고난도 하나의 특권으로 받아들이고 고난의 특권을 준 하나님께 감사했던 이태석 신부는 이 세상에 욕심이 없었고 집착이 없었다. 이 세상은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지 같은 곳이요 허상이므로. 욕심이 없었고 심령이 가난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이 땅에서의 수고를 그치고 주 안에서 쉬리니 이태석 신부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가 만든 곡 슈크란 바바(사랑해요 하나님)처럼, 그의 유언처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Everything Is Good”.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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