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농협중앙회장 이성희] 농업인 월급제 공약(公約)일까 공약(空約)일까?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이성희] 농업인 월급제 공약(公約)일까 공약(空約)일까?
  • 손성은 기자
  • 승인 2020.02.0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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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재수 끝에 당선…역대 최초 수도권 농협중앙회장
농협 외길 50년 육박…조합장에 중앙회 요직까지 두루 거쳐
핵심 공약 농업인 월급·퇴직금제 도입…실현 가능성 얼마나?

농민 대통령 농협중앙회의 새로운 수장이 결정됐다.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조합장이 제24대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택됐다. 전임 김병원 회장과 제23대 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 역전패한 이력이 있는 이 회장은 두 번째 도전 끝에 목표를 달성했다. 농가소득 증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이 회장의 경력과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이성희 전 낙생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 농협중앙회는 대한민국 최대 금융기관으로 자산 480조원, 44개 계열사 규모로 재계 서열로 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조직이다. 특히 전국 1000여 개 지역 조합과 250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민대통령’이라 불리기도 한다.

◇ 와신상담, 4년 만에 재도전 제24대 농협중앙회장 당선

1949년 경기도 성남 출생인 이 회장은 지난 1971년 ‘낙생농협’에 입사하며 ‘농협’에 발을 들였다. 이 회장은 낙생농협에서 상무, 전무를 거친 뒤 지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조합장을 역임했고 2010년에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았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농협보험최고전략위원회 위원,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협의회 위원과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약 50여 년간 농협 직원, 조합장, 농협중앙회 요직을 거치면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았고, 이에 따라 농협 내부 생리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 회장은 제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당시 이 회장은 1차 경선에서 경쟁자인 제23대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전 회장에게 앞섰으나, 이후 실시된 2차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와신상담한 이 회장은 역대 최다 후보가 몰린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4년 만에 출마, 지난달 1월 31일 결선투표에서 경쟁자 유남영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시 이 회장은 총 293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투표에서 82표를 얻었고 유력한 경쟁자로 69표를 얻은 유 후보자와 2차 투표를 치렀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표를 획득한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를 실시한다. 이 회장은 결선투표에서 177표를 얻어 득표율 60.4%를 기록해 39.6%에 그친 유 후보를 제치고 제24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이 선출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뽑힌 경기 지역 회장이다. 이전까지는 대의원 수가 많은 경상, 전라 지역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제로 이 회장은 2월 1일 임기를 시작해 오는 2024년 1월 31일까지 농협중앙회를 이끈다.

◇ 야심 차게 내건 농업인 월급제… 우려도

이 회장은 임기 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가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농가소득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후보 당시 다른 후보와 마찬가지로 농가소득 증대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 중인 농업인 월급제를 도입하고 이에 더해 농업인 퇴직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4일 취임사를 통해 “농업인 월급제와 농업인 수당, 농업인 퇴직금제 같은 소득안정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농업인 월급제와 퇴직금제를 통한 농가소득 개선을 위해 임기 내 총력을 다해 제도 도입을 성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재원 마련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소감을 밝히던 중 큰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희 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소감을 밝히던 중 큰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핵심 공약(公約) 공약(空約) 될까?

손금주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이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 규모는 지난 2015년 11조3200억원에서 매해 평균 5000억원씩 증가해 지난해 13조4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농업인 월급제는 사실상 농협중앙회 단독으로 실현하기 불가능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를 설득해야 할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 규모가 증가세라는 점이다. 이 부채 규모 증가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 설득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또 일부 여론은 농업인 월급제 등 농가소득 제고와 안정화 문제 역시 중요하지만, 농가 부채 문제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지적하고 있다.

이 회장의 전임 김병원 전 회장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과 관련해 지난해 농가소득 4000만원 돌파를 전면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과 농협중앙회는 지난 017년 3823만원이었던 농가소득이 2018년 말 기준 4206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증가율은 10%에 달한다고 자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농가소득 증가율이 정부의 선제 쌀 매입을 통한 가격 안정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농협중앙회가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사실과 자체적인 쌀 구입 등 농협중앙회의 공로가 있으나, 정부의 개입이 결정적 사안이었다는 점은 주지할 만한 대목이다.

농가소득이 증가하는 동안 농가부채도 증가했으며 그 증가 폭인 심상치 않았다. 지난 108년 말 기준 규모는 3326만원으로 전년도보다 26.1% 커졌다. 이 중 농업용 부채가 28.9%, 가계용 부채는 16.2% 증가했다. 결국 농업경영비와 농가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 선제 격리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농가 가계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가소득 제고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일단 실현을 위한 재원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농협중앙회의 사업부채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농가소득 제고와 안정화 역시 중요하지만 최근 농업 자동화 추세에 따라 농가 대출이 증가해 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서 “농가소득이 늘어도 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농가 삶의 질 향상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손성은 기자 katp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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