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 재계는] 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바이러스 여파
[기획 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 재계는] 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바이러스 여파
  • 김성민 기자
  • 승인 2020.0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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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면세·유통 등 B2C 산업 ‘직격탄’
건설, 자동차업계 등 예외 없이 타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23명으로 늘어난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발(發) 바이러스는 우선 항공업계를 직격했다. 정부가 중국 여행과 관련해 ‘철수권고’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본토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8개 항공사는 노선을 중단하거나 감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23명으로 늘어난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빠른 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월 6일 15시 기준 국내 확진환자 23명, 조사대상유증상자 174명을 기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타액으로 감염되는, 높은 전염성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공공장소를 포함, 외출 자체를 기피하는 범국민적 움직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B2C(기업-소비자) 형태가 대부분인 국내 기업들에게도 크나큰 타격이다.

호텔, 항공, 면세, 건설 등 업계를 막론하고 산업 전 분야가 바이러스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다.

◇ 올해 실적 회복 기대했던 항공업계, 일제히 운항 중단·감편 “직격탄”

중국발(發) 바이러스는 우선 항공업계를 직격했다. 정부가 중국 여행과 관련해 ‘철수권고’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본토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8개 항공사는 노선을 중단하거나 감편했다.

지난달 초 기준, 우한을 포함해 베이징, 난징, 광저우 등 국내 항공사의 전체 중국 본토 노선은 총 100개. 이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노선(중단·감편)은 총 65개로, 전체 노선의 절반 이상을 기록해 사실상 간접적인 입국제한 효과가 발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중국 전체 노선 31개 중 우한을 포함한 7개 지역 운행을 중단하고, 15개 지역을 감편했다.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전체의 20%에 가까운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국 전체 노선 26개 중 4개 중단, 8개 감편 조치했다.

중국 노선을 소규모 보유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이 같은 조치에 동참했다. 진에어(2개), 이스타항공(7개), 에어서울(2개)은 아예 운영 중인 중국 노선 운항을 100%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국가적인 우려가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외 인접 국가 여행까지 취소되고 있어 선제적으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연초 실적 회복을 목표로 했던 항공사들에겐 찬물이 끼얹어진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은 동남아 노선 경쟁 심화로 소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해온 데 이어, 일본 불매운동, 홍콩 대규모 시위 등 국제적 이슈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큰 매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 관광객 감소, 국내 소비 위축…호텔·면세·마트 등 유통산업 연쇄 타격

바이러스 확산과 항공업계 운항 중단 여파는 연쇄적으로 관광·유통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도 모자라, 국내 소비자들마저 외출 기피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의 시내 면세점 매출은 평소 대비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면세점 및 백화점의 평균 고객 수가 예년 대비 최소 10~20%는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 등 외식·요식업계도 관광객·고객이 5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 주요 호텔의 취소율도 15%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잇따른 확진환자 방문으로 휴업을 선언한 탓에 영화관은 지난 주말 이틀(2월 1~2일)간 총 82만3685명이 다녀가는 데 그쳤다. 이는 직전 주 주말인 설 연휴 때보다 3분의 1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환자들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호텔, 면세점, 대형마트 등이 줄줄이 임시휴업에 돌입하는 등 실적에 직결되는 타격까지 맞고 있다.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서울점과 제주점 임시휴업을 결정했으며, 롯데면세점 역시 제주점의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AK플라자 수원점 역시 임시휴업 했다.

이마트는 부천점과 전북군산점 등에서 임시휴업을 결정했으며, 영화관 CGV는 부천역점과 성신여대입구점 등의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방역 작업을 마쳤거나 감염 의심자가 음성 판정을 받은 이마트 부천점·군산점, AK플라자 수원점이 영업을 재개(4일 기준)했으나, 나머지 휴업 중인 지점들은 영업 재개의 기약이 없는 상태다.

급기야 4일 롯데, 신세계, 신라아이크 면세점은 일제히 영업시간 2시간 단축을 선언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직원 등 많은 사람이 집결되는 유통산업 특성상 필수불가결한 조치이긴 하나, 업계 타격 역시 작지 않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해 올해 국내 전체 면세점의 작년 대비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7.6%로 낮춘다”고 밝혔다.

신한금투는 호텔신라를 예로 “이달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70% 감소할 것이며, 1분기로 인해 올해 연간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면서 “바이러스가 종식된다는 가정 하에 2분기인 4월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 확산과 항공업계 운항 중단 여파는 연쇄적으로 관광·유통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도 모자라, 국내 소비자들마저 외출 기피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23명으로 늘어난 6일 인천국제공항 식당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바이러스 확산과 항공업계 운항 중단 여파는 연쇄적으로 관광·유통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관광객 수가 급감한 것도 모자라, 국내 소비자들마저 외출 기피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23명으로 늘어난 6일 인천국제공항 식당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군중 포비아’ 건설업계, 분양 견본주택 일정 미뤄…“1월 이어 2월마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것 같았던 건설업계로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국내 분양시장은 청약업무가 지난달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됨에 따라 이관작업이 진행되면서 2월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2월에는 아파트 26개 단지, 총세대수 1만9134세대 중 1만5465세대가 일반분양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1월 물량까지 2월로 몰리면서 전년도 동월 물량과 비교해 총세대수는 93%, 일반분양은 102% 증가한 수치였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사람이 모이는 공간인 견본주택(모델하우스) 개관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분양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SH공사는 이달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 9단지’의 견본주택 개관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16~18일 개관 예정이었다.

GS건설은 자사 올해 첫 분양 예정 단지인 ‘대구 청라힐스자이’의 견본주택 개관 일정을 당초 7일에서 21일로 잠정 연기했다. 현대건설 역시 오는 21일 오픈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견본주택 일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사이버 모델하우스까지 등장했다. 대우건설이 SK건설과 손잡고 경기 수원시 팔달8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의 견본주택은 당초 14일 개관 예정이었으나, 온라인으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의 오프라인 견본주택은, 온라인 일정 이후 청약 당첨자 발표 뒤 당첨자를 대상으로만 운영될 예정이다. 대우건설 측은 당첨자를 대상으로도 방문 일정과 인원을 나누는 등 바이러스 전염 방지를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각 건설사의 조치로 인해 모든 분양 일정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기대했던 분양 홍보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부작용이 있으며, 1월에도 한 차례 분양 일정이 밀렸었던 만큼 올 한 해 전체 분양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부품 조달 막힌 車업계, 줄줄이 생산 중단…‘초유의 사태’

현대·기아자동차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중국 공장에서 조달하는 차량 부품 중 통합 배선장치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의 재고가 이번주 중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조립 초기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기 때문에 차종·모델에 맞춤형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부품 부피가 커 일주일분 정도 외 많은 재고를 두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를 모두 중국에 두고 있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현지 공장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기아차에서 생산하는 승용차 20종에 대한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는 6일 오후 3시까지이며, 상용차 6종은 최대 11일까지 생산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 20종은 사실상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전 차종에 가깝다.

때문에 팰리세이드, 더 뉴 그랜져 등 현대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차종 생산 차질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4일 오전부터 제네시스 G90, G80 등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의 2개 생산라인 중 1개가 중단됨에 따라 현대차 주력 제품들의 매출 타격이 가시화됐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V80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주력 제품에 힘을 싣자는 정책에 따라 우선 가동 중이나, 당초 누적 계약대수 2만대로 출고를 최소 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 악재까지 겹쳐 출고가 무기한 연장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4일 실무협의를 열고 공장별·라인별로 10일~11일까지 탄력적 휴업에 합의했다. 노사는 휴업 기간 동안 평균임금 70%를 지급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역시 지난 3일부터 화성·광주 공장 일부라인의 생산량 감산을 실시하는 등 재고 조절에 돌입했다.

쌍용자동차는 4일부터 오는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르노삼성은 오는 10일부터 약 사흘간 공장 조업을 모두 중단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재고를 점검하며 특근 취소·지연 등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돼 각종 금지 조치가 빠르게 내려진 상황에서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 전체가 중국발 부품 조달을 다른 나라로 우회하려 하고 있지만, 공장 가동 유지에 필요한 부품 수 대비 조달 가능한 부품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바이러스가 빠른 시일 내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례 없는 자동차업계 생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kool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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