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손태승 체제 유지, 금융당국과 대립각 선택 “왜?”
우리금융 손태승 체제 유지, 금융당국과 대립각 선택 “왜?”
  • 손성은 기자
  • 승인 2020.02.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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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손태승 회장 체제 당분간 유지하기로”
금융지주 전환 경영 공백 안 돼…징계 법적 근거도 ‘미흡’
금융당국과 갈등 부담…향후 승소 가능성? 유사 사례 있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징계와 이에 따른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불안 향방을 쉽사리 가늠할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3월 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는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해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남긴 상황. 이러한 가운데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최종 결정 시점에 따라 행정소송 등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의 손태승 체제 강행 배경을 살펴본다. <편지자 주>

지난 6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당분간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최종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가운데 손 회장의 거취를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당분간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최종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가운데 손 회장의 거취를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금융당국과 우리금융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과 경영진에 대한 징계안으로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불안정해지고 있던 상황. 우리금융은 이를 강행 돌파하는 듯한 모양새다.

◇ 지배구조 불안정 강행 돌파 선택

지난 6일 우리금융에 전 금융권의 이목이 쏠렸다.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DLF 사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징계안으로 불안정해진 지배구조에 대한 발표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DLF 사태의 원금 손실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피해 규모는 42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사태 발생 이후 전수 조사를 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판매 금융기관에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은행 등 기관과 경영진에 대해 징계를 논의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제재심을 개최, 논의를 거쳐 지난 1월 31일 우리은행과 손 회장,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제제 수위를 결론 내렸다. 당시 제재심은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손 회장이 오는 3월 연임 확정을 앞두고 있던 가운데 중징계 결정은 우리금융 지배구조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기관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해당 징계안은 지난 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전결했고, 기관 경고와 함께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론을 남겨두고 있다.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손 회장의 연임 확정 이후에 결론 나면 남은 임기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확정 이전 결론이 나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다만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해 징계 효력 발생을 지연하는 방법을 사용할 경우 임기 완료가 가능하다. 다만 이는 금융당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부담스러운 방법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6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당분간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최종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가운데 손 회장의 거취를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 우리금융 남은 카드는 행정소송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오는 3월 주총 이전에 나 징계 효력이 발생하면 손 회장은 거취를 정해야 한다. 손 회장이 물러나면 우리금융은 그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손 회장이 물러나고 즉시 후임자를 물색해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현재 손 회장의 마땅한 후임자도 거론되고 있지 않다.

관련 업계는 우리금융의 손태승 체제 유지 결정은 사실상 강행 돌파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주총 이전 최종 결정 통보가 떨어지는 즉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재 우리금융이 손태승 체제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금융지주 체제 전환 이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경영 공백 상황을 겪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 이후 우리금융은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등 중대한 결정이 불가피하다. 만일 손 회장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향후 인수합병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제재 법적 근거 미흡도 체제 유지 배경

또한 우리금융의 체제 유지 강행은 손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징계의 법적 근거가 미흡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금감원 제재심 최종 결론 이전 이뤄진 1, 2차 제재심에서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판매 직원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감원이 실제 손 회장 등의 징계 사유로 꼽은 내부통제 문제 역시 경영진 징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은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내부통제 기준 ‘위반’이 아닌 ‘미흡’이다. 은행은 내부통제 기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임직원이 이를 지키지 않아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입장으로 이 때문에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근거가 미약하다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DLF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에 발생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돼 불발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제재심을 개최, 논의를 거쳐 지난 1월 31일 우리은행과 손 회장,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제제 수위를 결론 내렸다. 당시 제재심은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제재심을 개최, 논의를 거쳐 지난 1월 31일 우리은행과 손 회장, 하나은행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제제 수위를 결론 내렸다. 당시 제재심은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 이미 던져진 주사위… 금융당국과 갈등 불가피

업계는 우리금융의 발표 이전 손 회장 체제 유지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금융지주 체재 전환으로 향후 추진해야 할 사업이 적지 않은 가운데 금융당국과의 갈등 구도를 연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 변경 논란이 손 회장과 우리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이미 금융당국이 확인한 사실이 민감한 시점에 터져 나온 상황. 우리금융이 손 회장 체제 유지 쪽으로 기울자 이를 압박하기 위해 금융당국에서 흘린 것 아니냐는 ‘설’이다.

업계는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우리금융이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만큼 향후 행정소송에 돌입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각에선 과거 유사한 상황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사례를 거론하며 손 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 결론 이전부터 DLF 사태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경영진에 묻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면서 “우리금융 역시 단순히 징계 효력 발생 지연이 아닌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손성은 기자 katpa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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