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승민 회동, 난제 ‘둘’
황교안-유승민 회동, 난제 ‘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2.10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승민,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강조하면 불출마 선언
황교안 종로 출마로 유승민 정치적 압박받은 것으로

보수재건 3원칙, 결국 태극기 세력은 비주류로
공천 지분 문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로 급부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선언하면서 총선불출마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로써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은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다. 이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 위원장이 조만간 회동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합의 깃발이 올라갔지만 정리해야 할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보수대통합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 황교안의 종로 출마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지난 9일 전격적으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총선불출마까지 꺼내 들었다.

유 위원장은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당당히 탄핵할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과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선언에 대해 정치권은 급작스러운 일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아주 가능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보수진영이 지난주 긴박하게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이다. 지난 7일 황 대표가 갑작스럽게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유 위원장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에서의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게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것은 자유한국당이 우리공화당과의 통합 등을 염두에 두고 통합 속도를 내면서 새로운보수당의 지분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점이다. 새로운보수당으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보수대통합을 이루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보수 진영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총선불출마를 카드로 꺼내 들면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해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 유 의원이 목표다. 그것은 자유한국당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그동안 보수통합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유한국당 중심의 통합에 대해 반대를 해왔다.

그런 점에 비춰본다면 총선불출마 카드를 통해 자유한국당 중심이 아닌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신당 추진을 이뤄내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런 이유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제 황 대표와의 회동만 남아있다. 황 대표와 회동을 해야 남아 있는 숙제를 풀기 때문이다.

◇ 탄핵 문제 꺼내 든 유승민

유 위원장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꺼내 들면서 탄핵 문제도 꺼내 들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유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보수재건의 3원칙을 제시했다.

황 대표와 만난다면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재건 3원칙이라고 하지만 가장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세력에게는 가장 민감한 내용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이 우리공화당을 비롯한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유 위원장이 ‘보수재건 3원칙’을 내걸고 나온 것은 이들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 대신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을 선택하라고 황 대표에게 압박하는 것이다.

탄핵을 인정하면서 새로운보수당과 통합을 하면 태극기 세력은 보수통합 열차에 타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유 위원장은 황 대표에게 ‘새로운보수당이냐’ ‘태극기세력이냐’를 선택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따라서 황 대표와의 회동에서 보수재건 3원칙을 이야기해서 확실하게 세우겠다는 것은 이번 보수통합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이 ‘주류’가 되고, 나머지 세력과의 통합은 부수적인 통합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회동을 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한 접점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다. 황 대표로서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도 필요하지만,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도 필요하다. 만약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국 보수는 분열되면서 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 통합 및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 통합 및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천 문제 꺼내지 않겠다고 했지만

유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천 지분 문제를 꺼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뜻으로 자신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나 새로운보수당이나 모두 공천 지분 문제에 민감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유 위원장은 ‘선의’로 공천 지분 문제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을지는 모르지만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소속 출마자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자신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만났을 때 이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통합을 하면 공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새로운보수당 후보들을 대거 공천한다면 자유한국당 내 친박 인사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릴 것으로 예측된다. 거꾸로 새로운보수당 후보들 지역에 자유한국당 인사들을 공천한다면 새로운보수당 후보들 역시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황 대표와 유 위원장이 만나게 된다면 공천 지분 문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