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삼킨 ‘기생충’, 봉준호가 쓴 한국영화 황금시대
오스카 삼킨 ‘기생충’, 봉준호가 쓴 한국영화 황금시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2.11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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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한국영화 101년 역사,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고의 금자탑
일각에서는 비 할리우드 영화의 4관왕에 불편한 기색 드러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영화로 기록됐다. 이번 수상은 현지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비 할리우드 영화에게 국제영화상을 제외한 다른 상을 안긴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의 의의와 반응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현지 시각 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외신들도 이에 대해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현지 시각 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외신들도 이에 대해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기생충’의 수상에 현지에서도 극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번 수상이 그동안 백인 중심의 아카데미가 다양화를 꾀하는 분수령이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 ‘기생충’, 아카데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다.

영화 ‘기생충’이 현지 시각 9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과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로 외국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첫 사례이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동시 수상은 1955년 미국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애초 ‘기생충’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은 일찍이 예견됐지만, 각본상과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은 시대극·실화 바탕 영화에 우호적인 아카데미의 수상 경향 탓에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아카데미 역사상 아시아계 작가에게 각본상을 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그동안 백인 중심주의였던 아카데미가 소수인종 심사위원 등을 위촉하는 등 다양성을 강화한 결과가 ‘기생충’의 4관왕으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한국영화 101년 역사의 위대한 금자탑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개의 트로피를 수상하며 한국영화가 101년 역사상 최고의 경사를 맞았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1962년 故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매년 대표작 한편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옛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랐지만,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이 기생충 이전 한국영화가 아카데미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한국영화의 수상이 간간이 있었지만, 아카데미와는 계속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졌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한국영화가 북미시장이나 유럽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가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다가 이번 영화로 인해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다는 일각의 평가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생충'의 4관왕은 101년 한국영화 역사에도 위대한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영화는 1962년부터 매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에 출품했지만 최종후보로 지명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카데미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 '기생충'의 4관왕은 101년 한국영화 역사에도 위대한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영화는 1962년부터 매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에 출품했지만 최종후보로 지명된 적이 없을 정도로 아카데미와 인연이 닿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 ‘기생충’의 수상이 불편한 사람들

이렇듯 ‘기생충’이 국내외적으로 찬사를 받자 일각에서는 근거 없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기자는 “봉준호라는 감독이 오스카상을 탔다”며 “그런데 그는 매우 영광스럽고 고맙다는 한마디를 제외하고 한국어로 소감을 말했다. 이런 사람이 미국을 망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아카데미 유권자인 한 여성도 “기생충은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외국어로 만든 영화는 다른 보통의 작품들과 후보에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서 보통의 작품은 영어로 만든 영화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기생충’을 문자 그대로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라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연결하는 등 선을 넘는 농담들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기생충’ DVD 리뷰에도 11%가 넘는 네티즌들이 1~2점의 평점을 주기도 했으며 이 중 일부는 영화가 한국어로 돼 있다며 영어자막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영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기생충’을 통해 백인 남성 중심 가치에서 탈피해 변화의 포인트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이 같은 부정적 반응에 관해 설명했다.

현재 봉준호 감독은 미국에 머물며 다음 영화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던 봉 감독의 다음 영화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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