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4월 총선 앞두고 계산기 두들기는 정치권
영화 기생충, 4월 총선 앞두고 계산기 두들기는 정치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2.1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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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시 블랙리스트 올랐던 봉준호·이미경
이제는 지역 출신 엮으며 각종 공약 선보이고

사회 양극화 문제, 총선 주요 이슈로 떠올라
학력위조 장면, 조국 사태 떠오르게 만들어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감독상, 국제영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isaengchungFilm Parasite기생충 페이스북 캡처)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감독상, 국제영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isaengchungFilm Parasite기생충 페이스북 캡처)

[한국뉴스투데이]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기생충과 정치권이 얽히고설키면서 여야 모두 기생충發 정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생충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고, 기생충과 관련된 인물들이 정치권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 한국당의 봉준호 맞춤 공약, 예술계는 당혹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 세상에 자본가를 탄압하는 보수 정권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한 말이다.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자 자유한국당이 봉준호 감독 맞춤 공약을 내놓으면서 진 전 교수가 자유한국당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봉준호 감독 맞춤 공약이란 생가복원부터 박물관 건립 등 다양한 공약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관련 공약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강효상 의원은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 메카를 만들겠다면서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하지만 예술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 당시 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졌기 때문이다. 봉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았고, 제작투자자인 이미경 CJ 부회장을 미국으로 쫓아낸 정부가 박근혜정부이기 때문이다.

봉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설국열차’ ‘괴물’ ‘살인의 추억’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괴물은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했다는 것 때문에, 살인의 추억은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박근혜정부의 탄압 때문에 결국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 부회장이 도미한 이유는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당시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18대 대선 당시 tvN 예능프로그램 ‘SNL’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에서 박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또’가 욕설을 가장 많이 하고 안하무인의 인물로 묘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또한, CJ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기획·제작했는데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의 제작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이 부회장의 퇴진 의사를 CJ 측에 전달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미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고, 경영에서 손을 떼야만 했다.

◇ 또다시 거론된 블랙리스트

이런 사실이 이번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또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정당들이 오스카상 수상에 대한 논평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축하한다”는 반응 이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대구 지역 출마자들은 계속해서 봉 감독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봉준호 감독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생충을 관통하는 주제인 ‘사회 양극화’ 문제를 최대한 부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생충이 ‘사회 양극화’를 봉 감독 만의 특유한 해학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회 양극화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가 됐다는 것이 이번 기생충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각종 공약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기생충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는 등 4월 총선과 기생충을 연관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정치권에서도 기생충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라면서 영화와 정치를 연결하려는 정치권의 모습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제92회 아카데미 트위터 캡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정치권에서도 기생충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라면서 영화와 정치를 연결하려는 정치권의 모습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제92회 아카데미 트위터 캡처)

◇ 학력 위조 장면, 조국 사태 떠올라

또 다른 것은 기생충에서 학력 위조 장면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것이 조국 사태가 떠오르게 한다고 외신에서 보도됐다. 영화에서 기택(송강호)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부잣집 과외를 맡기 위해 대학 재학증명서를 위조한다. 이것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학력위조 의혹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불공정 문제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 문제도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 해당 장면이 과연 이번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해당 장면과 조국 사태를 연결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총선까지 기생충이 돌풍을 일으킨다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정치권에서도 기생충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영화는 영화이고 정치는 정치라면서 영화와 정치를 연결하려는 정치권의 모습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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