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핑크? 오렌지? 주황색? 정치권, 색깔 전쟁으로
밀레니얼 핑크? 오렌지? 주황색? 정치권, 색깔 전쟁으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2.13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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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vs 주황색, 국민당과 민주당 갈등 증폭
대통합신당, 밀레니얼 핑크 선택…중진들은 난감

파란색, 보수 상징에서 여당의 상징으로
우리공화당·녹색당, 초록색 색깔 쟁탈전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준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중앙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준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중앙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색깔 전쟁이 발생했다. 누가 어떤 색깔을 점령하느냐에 따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색깔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을 하면서 기존의 색깔을 버리고 새로운 색깔을 찾기 위한 것 때문이다. 문제는 색깔은 한정되고, 정당은 늘어나면서 색깔을 갖고 다투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주황색과 오렌지색을 구분해야 하는 촌극도 발생했다.

◇ 주황색과 오렌지색으로 촉발된 색깔 전쟁

“안철수 대표 측은 ‘이쪽은 주황색이고 이쪽은 오렌지색이다’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책에도 ‘오렌지는 주황색이다’라고 돼 있다. 이걸 다르다고 주장하시는 안철수 대표께 초등학교 미술수업부터 다시 듣고 오라고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이은혜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기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민주당의 색깔과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하는 국민당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안 전 대표 측이 자신은 오렌지색이고 민중당은 주황색이라면서 색깔이 다르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 논평을 들은 기자들의 공통된 질문이 “주황색과 오렌지색은 다른 것인가”였다.

이에 대해 송영진 국민당 창당준비위원회 홍보실장은 “정열이나 열정, 희망 이런 단어들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누군가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색깔도 직접 소유권이 제한되어 있지 않다”면서 “실제로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들여다보면 색깔이 다르다. 국민당은 오렌지색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주황색과 오렌지색이 다른지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중당은 대기업이 갑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격분하고 있다. 자신의 색깔을 국민당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민중당이 색깔에 민감하게 나오는 것은 색깔이 갖고 있는 의미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정당을 떠오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색깔’이다. 자유한국당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 것도 색깔 때문이다. 보수가 상징하는 색깔이었던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한 것은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의 초록색이나 노란색이 아닌 파란색을 선택한 것도 진보에서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처럼 색깔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각 정당은 색깔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이 창당을 하면서 색깔 문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색깔을 갖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은 한정돼 있다. 특히 색깔 구분에 둔감한 유권자들이 있기에 색깔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하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색깔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색깔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정당을 떠오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색깔’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국민의 당' 대표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다. (사진/뉴시스)
유권자들이 정당을 떠오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색깔’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국민의 당' 대표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다. (사진/뉴시스)

◇ 정당은 많아지고 색깔은 한정되고

4.15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이뤄지면서 정당이 우후죽순 생겼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색깔은 한정됐기에 색깔 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통합하는 대통합신당의 색깔은 ‘밀레니얼 핑크’로 정했다. 밀레니얼 핑크로 정한 이유는 ‘빨간 색’이 갖고 있는 선명함 때문에 외연 확장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밀레니얼 핑크가 청년들이 좋아하는 색깔이기 때문에 청년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만 밀레니얼 핑크가 갖고 있는 색감 때문에 대통합신당 중진들이 선거 유니폼을 입고 선거운동하기는 다소 쑥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밀레니얼 핑크가 잘만 입으면 멋쟁이가 되지만 밀레니얼 핑크의 선거 유니폼을 입을 경우 자칫하면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통합신당 일부 출마자들은 밀레니얼 핑크의 유니폼을 입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색깔을 바꿨을 때에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빨갱이의 상징인 빨간 색을 입을 수 없다고 저항하는 후보자들도 있었지만 결국 입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밀레니얼 핑크도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공화당의 초록색 vs 녹색당의 초록색

또 골치 아픈 색깔이 있다. 그것은 우리공화당의 초록색과 녹색당의 초록색이다. 녹색당은 창당 후 계속해서 초록색을 사용해왔다. 이름에서 그 색깔이 담겨 있다.

녹색당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주황색 등은 다른 정당이 사용하고 있고, 보라색은 해산된 통합진보당 색깔이기 때문에 고를 수 없었기에 결국 녹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공화당이 상징색을 발표했는데 ‘새마을운동 초록색’이다. 인지연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자유통일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는 우리공화당은 새마을 정신을 이어 태극기 혁명으로 조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뤄낼 정당으로서 초록색 태극기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면서 녹색을 소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차원에서 녹색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녹색당과 색깔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색깔은 한정돼 있는데 정당이 늘어나기 때문에 색깔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권자에게 어느 정당이 확실하게 각인시키느냐는 것이다. 색깔이라는 것이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 먼저 사용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각인시켰느냐도 중요하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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