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두 번의 회의에서 무슨 얘기 오갔나
삼성 준법위, 두 번의 회의에서 무슨 얘기 오갔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2.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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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위 출범 열흘만에 2차례 회의열고 논의 들어가
이 부회장 프로포폴 투약 혐의 보도 당일 회의 열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준법위 해체 촉구

[한국뉴스투데이] 삼성그룹의 준법감시경영을 위해 신설된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지난 9일 출범해 두 번의 회의를 마쳤다. 출범에 앞서 준법위는 삼성그룹의 주요 7개 계열사의 준법과 윤리경영을 공언했다. 특히 법 위반 위험이 있는 대외 후원, 내부거래, 협력업체와의 하도급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부패 행위에 대한 전방위적 감시를 예고했다.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준법위의 두 차례 회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지난 5일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벌였다.(사진/뉴시스)
지난 5일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벌였다.(사진/뉴시스)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촉구하며 출범됐다.

준법위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봉욱 변호사,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 등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 준법위 1차 회의, ‘활동 방향성과 규정 논의’

준법위의 1차 회의는 지난 5일 열렸다.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첫 회의는 오후 3시에 시작해 저녁식사도 거른채 장장 6시간동안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는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 7개의 컴플라이언스 팀장이 참석해 각사별 준법경영체제 운영보고가 이뤄졌다.

이어 준법위 위원들이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체제 보고에 대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이어졌다.

첫 회의인 만큼 앞으로 준법위의 구체적인 활동 방향성과 규정 등 권한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7명 위원들의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또 준법위는 7개 계열사의 대외 후원금이나 내부거래, 기업공개, 조직변경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상시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음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계열사와 별로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준법감시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특히 원활한 준법위의 업무지원을 위한 사무국 설치도 논의됐다. 사무국장으로는 법무법인 지평 소속의 심희정 파트너변호사가 내정됐고 사무국 직원에는 삼성 직원 4명과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인사 4명이 선정될 예정이다.

◇ 준법위 2차 회의, ‘보고된 안건에 대한 심의’

2차 회의는 지난 13일에 열렸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된 회의는 첫 회의와 마찬가지로 6시간에 걸쳐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서 1차 회의에서 나온 7개 계열사별의 대외후원 등 보고된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또 각 위원들이 각각 삼성의 준법경영 관련 구체적인 이슈들을 제안하고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프로포폴 주사 상습 투약 혐의 보도가 나간 직후에 열려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될지 관심을 모았다.

앞서 준법위는 출범 당시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법 의무 위반행위와 관련해 조사와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나아가 준법위가 곧바로 신고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회의에서 논의 자체가 안됐다”고 설명했다.

◇ 시민단체, "준법위 당장 해체하라"

준법위는 출범 전부터 여러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삼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기구라는 명목이지만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설립돼 결국 이 부회장 재판의 면죄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의 과거 행적도 문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판사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김 위원장은 변호사를 개업하고 삼성의 노조 파괴와 연관된 유성기업의 변호를 맡아 어용노조 설립과 직장 폐쇄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등은 준법위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생명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면죄부에 불과한 준법위의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삼성은 준법위를 명분으로 정경유착으로 단죄받아야 할 범죄를 법경유착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며 “이 부회장의 면죄부로 급조된 준법위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원들을 향해서도 “준법위 설치에 앞서 이사회와 감사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노조 사찰 등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세심히 관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재판부를 향해서도 “재판부가 주문한 준법위 설치로 재벌총수 구명에 나선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범죄 실체를 엄정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판결을 해 사법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준법위는 다음달 5일 3차 회의를 열고 이전 회의에서 논의된 계열사별 안건 등을 바탕으로 중점 검토 과제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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