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의 아픔, ‘간병 살인’
초고령화 시대의 아픔, ‘간병 살인’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2.2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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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부족, 금전적 부담으로 인한 압박감이 범행으로
고립감, 사회로부터 단절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장기요양제도, 치매국가책임제 아직 간병 부담 해소 안돼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간병 살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과 ‘치매국가책임제’는 아직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완전히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간병 살인에 대한 원인과 국가가 운영하는 지원책의 허점에 대해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간병 살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벌어지지만, 국가에서 시행하는 장기요양제도나 '치매국가책임제'는 아직 완전한 대비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간병 살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간병살인의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며 간병 살인이 점점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간병 살인이란 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이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간병을 도맡은 사람에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그것을 버티다 못해 살인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됨에도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 간병 살인의 어두운 민낯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지난달 17일 살인혐의로 기소된 70세 여성 A씨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의 딸은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고, A씨는 15년간 딸을 간병했지만, 오랜 병간호 생활로 인해 우울증 진단을 받고 범행 전 가족에게 고통을 토로했다.

A씨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경찰에 붙잡혀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비극을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 간병 살인은 왜 일어나나?

간병 살인과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간병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병 시 요양시설도 많지 않을뿐더러 금액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간병 시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압박감이 간병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치매 환자의 경우 맡아줄 곳이 턱없이 부족하고, 장기요양보험 등급과 인지지원 등급에 따라 자부담하는 금액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제적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집에서 간병해야 하는 경우, 지인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등 고립감과 사회로부터의 단절감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른바 노노 간병 살인 또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노 간병 살인이란 노년의 배우자가 노인 환자를 돌보다 간병 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노노 간병 살인은 과거와 달리 자녀들의 사회진출도 늘어난 데다 부모 세대가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간병을 부탁하지 않는 경향이 늘면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문재인정부 들어 정부가 주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지난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간병 살인을 막으려면?

이렇듯 간병 살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도 없다.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후생노동청과 경찰청이 각각 간병 살인 건수를 집계하고 있다.

간병 살인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가족의 간병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제도나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아직 간병 부담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요양제도에서 1,2급을 받지 못하면 요양원에 입소할 수 없고, 방문요양보호서비소 시간도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되는 등 문제도 적지 않다.

이에 위기가구별로 상황을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보건복지혜택을 지원하는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궁극적 해법으로 거론된다.

한 전문가는 “방문요양이나 장애인 활동보조의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위기에 처한 가구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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