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 성지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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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칼럼니스트
성지윤 칼럼니스트

불경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내 목숨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기 바라고 죽은 뒤에는 자식의 몸을 지키기 바란다.’ 이것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고 한없이 품어주는 그녀 어머니만이 지니는 뜨거운 소망일 것이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따스하고 포근한 존재이다.

예전에 지인 성악가가 공연 후 앙코르 송으로 불러 마음을 흔들었던 곡이 있었다. 그 곡은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가슴에 남았는데, 바로 드보르작의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노래였다. 가냘픈 선율 속에 담긴 우수 섞인 아름다운 멜로디는 마음의 심연에 깊은 닻을 내려 한참을 머물렀다. 정말이지 슬프도록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 곡은 드보르작이 체코 시인 헤이둑의 시를 가사로 하여 작곡한 집시의 노래라는 7개 연가곡을 발표한 곡 중 4번이다. 원래 가곡집 '집시의 노래'는 활력 있고 자유로운 기질의 곡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노래는 유일하게 상당한 서정성을 품고 있는 곡이다.

[A kiss for baby Anne]
[A kiss for baby Anne]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노래는 가슴 아픈 배경 사연을 가지고 있는 곡으로 드보르작이 자신의 3자녀를 모두 잃고 2~3년 후인 39세에 작곡되었다. 자식은 부모를 잃으면 땅에다 묻지만 부모는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 했던가. 그래서인지 곡은 애수에 젖어 있지만 가슴 깊은 곳에 자애의 무덤을 쌓는다.

드보르작은 체코 작곡가로 대기만성형의 음악가이다. 16세에 프라하의 오르간 학교에 입학 하여 2년간 수업을 받은 것 외에 거의 독학으로 베토벤, 슈베르트를 연구하였고 바그너의 영향도 받았으나 체코민족의 애환을 담은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을 만들어 나갔다. 30대의 나이까지 큰 빛을 보지 못하던 그는 장학금을 얻기 위해 제출했던 작품이 브람스의 눈에 띄게 되어 출판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승승장구 하게 되고 프라하음악원 교수, 뉴욕의 내셔널음악원 원장, 프라하음악원 원장 등에 재직하고,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스트리아 상원의원에 임명되는 등 생전 많은 영광을 누렸다.

어머니라는 주제에 있어 음악에 드보르작의 어머님께서 가르쳐주신 노래가 있다면 미술에서는 메리카사트의 작품을 소개한다.

메리카사트는 미국의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로 특히 모성을 주제로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이다. 그녀는 부유한 집안환경에서 자랐는데 출생지가 미국임에도 유럽여행을 하며 다양한 식견과 언어를 익히고 미술과 음악 수업을 받았다. 그런 그녀는 어느 날 화가로 진로를 정했고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끝까지 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카사트는 인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 에드가 드가의 영향을 받아 밝은 색채를 특징으로 한 인상파의 화법으로 화풍을 이어갔다. 그녀는 주로 어머니와 자녀의 실내풍경을 그렸는데 부드러운 시선으로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탄력적인 붓 터치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Mother about to wash her sleepy child]
[Mother about to wash her sleepy child]

또한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들과 엄마의 교감을 주제로 한 그림들은 그녀의 섬세한 관찰력을 통해 밝고 화사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온기 가득한 시선과 스킨십이 카사트를 통해 상당히 부드럽고 유려하게 표현되어 있어 어머니가 아이를 향한 모정이 그림에 빛을 더한다.

그녀는 평생 독신이었으며 강한 성격의 여성이었다. 당시는 여성의 능력을 경시하던 사회적 분위기로 여자가 화가로써의 활동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성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무뚝뚝하고 냉담한 자세로 화단과 맞섰다. 이러한 그녀가 모성을 주제로 사랑스러운 시선을 통해 이토록 뛰어난 작품들을 그려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랍다.

얼마 전 이모의 장례가 있었다. 그걸 지켜보면서 문득 어머니의 존재가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이제 나에게도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 허락된 것이 아님이 자각 되면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마음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게 되었다. 지난 많은 일들이 기억을 스치며 그녀의 한정 없는 사랑이 마음을 덮었다. 언제나 은은하고도 강직하게 호롱불처럼 불을 밝혀 우리를 안아주는 우리의 어머니. 이번에 소개하는 두 거장의 작품들을 통해 너무나 당연해서 쉽게 잊고 지내는 어머니에 대한 그 사랑을 다시금 상기하며 마음의 온도를 높이길 바라본다.

성지윤 칼럼니스트 claramusic89@naver.com

성지윤 칼럼리스트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클라라뮤직을 운영중에 있다.
또한 미술,사진,연극, 문학 등 다양한 얘술분야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토대로 음악이 타장르 예술들과 만났을때의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면서 예술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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