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옥중정치, 요동치는 정치권
박근혜 옥중정치, 요동치는 정치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3.05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영하 변호사 통한 옥중 정치 메시지
TK 물갈이 앞둔 통합당, 결국 힘 얻어

친박 정당은 과연 사라질 것인지 여부 초점
보수 정당에 대항하기 위해 범여권 고민 중
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를 발표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를 발표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보수통합을 촉구하는 옥중 메시지를 발표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당장 보수진영에서는 보수통합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자유공화당은 미래통합당을 향해서 통합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통합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적폐 프레임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범여권의 통합에 대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 박근혜의 메시지, 보수통합 속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느닷없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자필 서한에는 “나라가 매우 어렵다”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 위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보수통합을 하라는 메시지다. 그동안 친박 진영에서는 자유공화당(우리공화당 후신)과 친박신당 등 친박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로 인해 보수가 분열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자필서한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보수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공화당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통합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미래통합당 역시 보수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따라서 보수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현재 공천 작업 중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반가운 메시지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현역 절반 이상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TK 현역 상당수가 탈당 및 출마 강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들이 탈당 및 출마 강행을 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경북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을 탈당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따라서 미래통합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대규모 탈당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가뭄에 단비 만난 격이다. 이번 총선에서 소위 친박 지지층의 표 결집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보수통합을 이뤄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친박 지지층의 표 결집을 이뤄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이 미래통합당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친박 유권자들은 다른 친박 정당 대신 미래통합당으로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 적폐 프레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여러 가지 고민거리는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적폐 프레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친박 지지층에는 상당히 어필되는 대목이지만 중간 지대 유권자들에게는 불편한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운영에 실망한 중도층이 미래통합당에 그동안 관심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는 이런 현상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유권자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중도층은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적폐 세력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이 미래통합당을 선택했다는 것은 중도층으로 하여금 미래통합당에 거부감을 갖게 만들기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에 실망했던 중도층이 미래통합당으로 가지 않고 공중에 떠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미래통합당으로서는 결코 달가운 것은 아니다. 외연 확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표심 결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형국에 빠진 꼴이 됐다. 상대 정당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속해서 제기한다면 미래통합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보수통합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친박과 비박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보수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 범여권 선거연대 계기 마련

오히려 범여권의 선거연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범여권은 시민단체 주권자전국회의 등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연합’ 창당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개혁연합과 선거연대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연동형 비례대표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빼앗길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해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는 결국 더불어민주당에게 정치개혁연합에 합류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안겨줬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로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석 하나라도 더 빼앗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개혁연합과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개혁연합에 난색을 표했던 정의당이나 그 밖의 소수정당들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 때문에 통합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자필서한이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