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칼 휘둘렀지만 잡음 끊이지 않아
김형오, 칼 휘둘렀지만 잡음 끊이지 않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3.1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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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물갈이 폭은 더불어민주당 보다 높은 편
박근혜 정부와의 단절 의미하는 물갈이 이뤄져

물갈이 이후 참신한 인재 대신 과거 인물로 채워
원칙과 기준 없는 공천,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져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미래통합당 공천이 막바지에 도달하면서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물갈이’는 성공했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 상당수가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현역 물갈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현역 물갈이 한 자리에 누구를 앉혔느냐는 문제다.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사천’을 넘어 ‘막천’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형오계가 대거 발탁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 정권 농단 세력 단죄

미래통합당의 위기에서부터 현역 물갈이가 튀어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총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하여금 칼날을 휘두르게 하였다.

정치권 대다수는 김 위원장의 칼날은 매섭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9일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물갈이 비중이 27%인데 미래통합당 물갈이 비율은 37%이다. 그만큼 매섭게 물갈이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TK는 60%에 달한다. 역대 어느 보수정당도 이런 물갈이 비율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만큼 이번 물갈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래통합당이 이대로 총선을 치르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물갈이 폭을 넓게 만들었다. 또한 이번 물갈이의 의미는 상당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칼날을 정권 농단 세력의 단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대 국회가 박근혜정부 시절 탄생한 국회이고, 현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들 상당수가 박근혜정부 하에서 공천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교체했다는 것은 결국 정권 농단 세력에 대한 자체적인 단죄의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정권 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공천 이외에는 단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의 칼날은 정권 농단 세력에 대한 단죄 의미가 강하다. 이는 박근혜정부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서한을 통해 미래통합당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김 위원장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방안으로 현역 물갈이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TK 상당수가 친박 공천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던 만큼 이번 TK 60% 정도 물갈이는 친박의 단죄를 의미하기도 한다.

역대 총선에서 물갈이 폭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물갈이 폭은 그야말로 미래통합당에게는 호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세간의 관심 역시 현역 물갈이 폭에 집중되면서 더불어민주당보다 현역 물갈이 폭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미래통합당에게는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 현역 물갈이 이후 상황

문제는 현역 물갈이 이후 상황이다. 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의 공천 잡음 혹은 갈등은 둘째치고라도 사천(私薦)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김형오계가 대거 발탁됐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현역 물갈이를 했다면 그 자리에 참신한 인물이나 정치 신인 등을 대거 발탁해야 하는데 전직 의원들이 대부분 채워졌다. 이로 인해 올드보이 귀환이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19개 지역에 전국 국회의원 출신이 공천됐고, 21명의 전직 국회의원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게다가 현역 의원 시절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들도 있다. 부산 연제지역 경선을 치르는 김희정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의혹을 받았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논란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옹호하기도 했다.

경기 안산상록을 단수공천 받은 홍장표 전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인물이다.

화성갑 경선을 치르는 김성회 전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 강기정 현 청와대 정무수석과 주먹다짐을 했던 인물이다.

여기에 불출마 선언했거나 불출마를 강요한 의원들을 서울 험지로 보낸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구 주민들은 “우리가 불출마 의원들 쓰레기 하차장이냐”면서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정치신인이나 참신한 인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영입한 인재들을 지역구에 내보내서 현역들과 경선 경쟁을 치르는 동안 미래통합당은 전직 의원 등 이미 정치계에 낡고 낡은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천 논란 결국 대거 탈당으로

이런 이유로 공천 논란이 불거지고, 그로 인해 대규모 탈당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김태호 전 경남지사,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홍준표 전 대표는 아직 탈당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탈당 카드는 언제든지 유효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주영·곽대훈·김한표·정태옥 의원 등이 강력히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이 같은 고심을 하게 된 이유는 김 위원장의 공천에 원칙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역 물갈이까지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사천 논란이 일어나면서 그에 따른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공천을 재심사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천을 재심사할 경우 공천관리위원회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공천 재심사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천 잡음과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공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소속 출마 강행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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