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택한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역풍은
실리 택한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역풍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3.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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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 통해 결국 비례연합정당 합류 가닥
명분과 실리 사이 고민…실리 선택한 민주당

수도권 중도층 표심 이탈 가능성도 제기
정의당 합류 불발로 범여권 표심 분산도
플랫폼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연합 참여에 대한 최종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플랫폼 비례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례연합 참여에 대한 최종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더불어민주당이 비공개 의원총회를 통해 결국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결정하는 전당원 투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한 것이다. 그동안 미래한국당에 대해 꼼수 정당이라면서 비난을 했지만 이대로 가면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친문 당원들이 대다수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원 투표에서도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보인다.

◇ 명분 대신 실리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를 한 직후 의원들이 나오면서 내놓은 발언이 “찬성이 다수”였다.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놓고 찬반이 팽팽할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의원들은 결국 명분 대신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창당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감이 휩싸였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제1당의 지위를 미래통합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동안 미래한국당에 대해 ‘꼼수정당’이라면서 비판을 가했지만 현 선거제 하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원내 1당의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는 위기감이다.

원내 1당의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면 각 상임위원장 자리는 물론이고 국회의장 자리도 빼앗기게 된다. 무엇보다 미래통합당은 과반을 얻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원내 1당 지위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결국 비례연합정당 합류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전당원 투표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친문 지지층으로 구성된 당원들이기에 비례연합정당 합류는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다만 투표 문항 구성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투표 문항에 비례연합정당이 아닌 민주당 독자 비례정당 창당 찬반을 묻는 질문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외부에서 제안된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것을 확인하는 질문 하나에 대해 찬반을 묻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전당원 투표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수용해야 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최종 결론 전 치열한 논의부터 해야 하고, 당 지도부가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원내 1당 지위 유지 가능할까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지역구 130석을 기준으로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한다면 미래통합당보다 높은 의석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설훈 의원은 변경된 선거 판세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기본적으로 판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평가도 하였다.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할 경우 중도층 특히 수도권 중도층의 이탈이 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원칙 있는 승리를 꾀하다가 원칙 있는 패배를 하면 재기 가능성이 있지만,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다 원칙 없는 패배로 귀결되면 더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반대 입장을 표방한 의원들 상당수가 접전 지역 의원들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례연합정당 합류로 인해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 이탈이 나오면서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정권심판론보다 정권안정론이 다소 우세한 상황에서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칙 있는 패배를 하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원칙 없는 패배라도 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히 거세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다만 전당원 투표를 통해서 결국 선택은 비례연합정당 합류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의원들 역시 “수용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지역구 130석을 기준으로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한다면 미래통합당보다 높은 의석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설훈 의원은 변경된 선거 판세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기본적으로 판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평가도 하였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지역구 130석을 기준으로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한다면 미래통합당보다 높은 의석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다. 설훈 의원은 변경된 선거 판세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기본적으로 판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평가도 하였다. (사진/뉴시스)

◇ 정의당 합류 못하는 상황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말이 ‘비례연합정당’이지 사실상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내에서도 정의당이 합류하지 않는 비례연합정당은 자칫하면 정의당과 함께 몰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 이유는 범보수는 미래한국당이라는 단일대오를 만들고 있지만, 범여권은 비례연합정당과 정의당으로 나뉘게 되면서 표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의당 합류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숙제이면서 가장 힘든 숙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합류하기 힘들어서 결국 정의당을 제외한 채 비례연합정당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민생당이 과연 합류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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