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동선 공개, 공익인가 사생활인가
확진자 동선 공개, 공익인가 사생활인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3.14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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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세부적인 동선공개, 확진자 사생활 침해 우려 제기
동선공개 후 일부 커뮤니티에선 확진자 정체 유추 및 희화화
방역당국 “방역과정에서는 개인 인권보다 공익적 요인 강조”
지자체마다 공개 기준 다르다는 지적엔 “세부사항 만들겠다”

연일 치솟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의 동선공개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에 대한 비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과도한 사생활 침해로 인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시간과 장소만 공개하자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때로는 공익이 인권보다 우선시된다”면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확진자들에 가해지는 비방의 실태와 인권위의 주장,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에 대해 들여다 봤다. <편집자 주>

▲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 확산에 대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시간에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시민들이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지만, 이를 이용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비난과 조롱을 가하고 있다. 사진은 신종우 경상남도 복지보건국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확진자 동선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 확산에 대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시간에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시민들이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지만, 이를 이용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비난과 조롱을 가하고 있다. 사진은 신종우 경상남도 복지보건국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확진자 동선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의 동선에 대한 비방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확진자에게 2차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인권위는 시간과 장소만 공개하자는 입장이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때로는 공익이 인권보다 우선시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확진자 동선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방, 조롱 선 넘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 확산에 대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시간에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시민들이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지만, 이를 이용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과 조롱의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확진 판정을 받은 3호 확진자 A씨의 경우 동선 공개 후 대중적 비난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입국해 중국인 여성과 성형외과 방문 및 식당을 이용하고 호텔에 투숙한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동선이 알려진 뒤 일부 네티즌들은 A씨에 불륜 의혹 및 성형 브로커 설을 제기했고, 증세가 있음에도 여러 곳을 방문한 사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발생한 확진자 역시 지난달 중순 동선이 공개됐는데, 일부 방문 장소가 유흥업소, 모텔 등으로 나타나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 네티즌은 구체적 사정을 알 수 없음에도 해당 확진자에 대해 비꼬는 듯한 게시물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조롱과 비난의 수위가 선을 넘자 의심증세를 느낀 사람들이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이 무서워 자진신고나 검사 기피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디지털 낙인’으로 인해 확진자들이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해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피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를 보호해야 할 공공기관 담당 공무원들도 확진자 혹은 감염 의심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경우도 발생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인권위 “2차 피해 우려... 시간·장소만 공개하자” 제안에 질본 난색

이렇듯 확진자 및 감염 의심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논란이 되자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이 9일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내밀한 사생활 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는 확진자 발생 시 해당 확진자의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대별로 SNS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 혐오 등 2차 피해가 나타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모두 공개하지 말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해 확진자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면서 “보건당국은 사생활 침해의 사회적 우려도 고려해 정보 공개의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인권위의 성명에 방역 당국은 공익적 목적이 인권보다 더욱 중요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감염병 분야는 개인 인권과 권리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전염시킬 수 있어 인권보다 공익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 이 같은 동선공개로 인해 확진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자, 인권위는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해 확진자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공익적 목적이 인권보다 더욱 중요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 이 같은 동선공개로 인해 확진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자, 인권위는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해 확진자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공익적 목적이 인권보다 더욱 중요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 정치권에서도 주목... 질본 ”세부기준 만들겠다“

확진자의 동선공개로 인해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현재 확진자 동선공개 방식에 대한 우려가 깊다"고 언급했다.

또한, "감염 예방에 필요한 정보만 공개해야 하는데,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더 까발리느냐'가 지자체 행정력의 척도인 양 비춰지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확진자의 회사가 어딘지, 몇 시에 집에서 나갔는지를 분 단위로 알아야 하는가. 확진자의 나이와 성별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왜 확진자의 동선을 인터넷에 공개해서 굳이 분석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주장에 질병관리본부는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차별이나 편견은 방역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되며 감염병은 은폐하거나 숨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전파되기 때문에 치료받고 정보제공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마다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기준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며 "세부기준에 대한 사항을 만들어 지자체에 권고하고, 교육 등을 통해 동선공개를 필요성과 방식을 더욱 명확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동선공개는 아직 찾지 못한 다른 노출자가 있을 수 있다는 방역 목적이다"라며 "불필요한 동선공개나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게끔 최대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서 확진자 동선공개는 병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조치지만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방역 당국이 어떻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이목이 방역 당국을 향해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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