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 아름다운 것
침묵보다 아름다운 것
  • 성지윤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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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이 동경했던 팻매시니, 스티브잡스가 열광했던 마크로스코
[라일 메이스 Lyle Mays]
[라일 메이스 Lyle Mays]

[한국뉴스투데이] 예전부터 명상하는 인구는 많았겠지만 언젠가부터 명상에 대한 언급이 유독 자주 들려온다. 해당 단어를 듣는 일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관심. 관심은 실천으로 이어져 작년부터 꾸준히 명상해오고 있다. 갈수록 빨리 변해가는 세상과 무섭도록 바삐 흘러가는 시간 속을 살아가려면 어떻게든 영혼에 휴식을 허락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명상은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외부를 향한 시선을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은 잠시나마 스스로 침잠하여 자신을 비우고 또 감정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진정한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다. 이렇 명상하듯 마음이 어지럽고 힘겨울 때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찾아 듣는 곡이 있다. ‘ling life’라는 제목으로 라일메이어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long life 가 수록된 앨범 [Solo Improvisations for Expanded Piano]
long life 가 수록된 앨범 [Solo Improvisations for Expanded Piano]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라일 메이스(1953.11.272020.2.10)는 팻매시니 그룹(Pat Metheny Group) 의 핵심 멤버로 알려진 미국의 작곡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어머니와 기타리스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은 그가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후 음악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세계적 재즈 페스티벌 몽트뢰에서 팻매시니를 만나 단번에 서로의 음악적 재능에 끌리게 되었고 함께 팻매시니 그룹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룹 내 대부분의 음악을 작곡, 정리했고 11개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메이스가 한참 음악 활동을 하던 당시인 90년대는 뉴에이지라는 장르의 명상적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본인의 히피적인 성향을 통해 분출된 뉴에이지 적 스타일과 당시의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져 팻매시니 그룹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특히 그는 컨템포러리 퓨전재즈에 드뷔시와 에릭사티와 같은 프랑스적 색채가 녹아있는 독자적 음악 스타일로 동화적이며 따뜻한 감성의 곡들을 선보였다.

라일메이스의 음악들은 대체로 사색적인 경향을 보이는데 'long life'는 특히 명상적인 분위기를 보이는 곡으로 메이스가 2000년에 발매한 첫 번째 솔로 앨범 ‘Solo Improvisations for Expanded Pian’ 에 수록되어 있다.

이 곡은 피어오르는 듯한 새벽의 감성으로 마음을 깨어나게 하고 빼곡히 쌓인 마음의 불순물을 가라앉혀주기 때문에 즐겨 듣고 있다. 또한 음악의 선율이 한 음 한 음 겸손하고도 입체감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는 것 같아 감정에 공명을 일으키며 잊고 지내던 감성을 기억나게 한다.

[마크로스코]Ⓒwikimedia commons 출처|위키미이아커먼스
[마크로스코]Ⓒwikimedia commons 출처|위키미이아커먼스

마음을 쉬게 해주는 음악. 내부에 고요한 파장을 일으키는 라일메이어의 ‘long life' 에 이어 작품을 통해 영적인 세계를 구현한 작가 마크로스코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림으로 무언가를 설명하고자 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담아내기를 원했던 로스코는 작품을 통해 비극이나 환희, 파멸을 나타내고자 했다. 유대계 러시아인이었던 그는 당시 전쟁으로 인한 혼란한 상황을 피해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갔다. 두뇌가 명석했던 로스코는 장학금을 받고 예일대를 입학했지만, 교내의 반유대 분위기, 인종차별에 불만을 느껴 학교를 중퇴하고 아트 스튜던츠 리그(ASL)로 전학해 해부학과 연극에 몰입했. 이때의 경험이 그를 색채 화가로 이끄는 토대가 된다.

그 후 정식 미술 수업을 거의 받지 않았던 그는 심리 분석서와 신화들을 탐독하는 동시에 니체의 철학,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 렘브란트의 그림, 모차르트 음악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1940년을 전후로 미국에서 일어났던 추상표현주의 화풍 변화에 크게 기여 했던 로스코는 1950년대에 들어서 그만의 독특한 어법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열광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주고 있다.

다분히 명상적이며 정적인 로스코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근원에 다가가려 했던 그의 시도로 인하여 내면의 성찰이나 숙고의 감정을 끌어내고 궁극에는 숭고와 환희에 다다르게 한다. 몇 년 전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던 로스코 전에서 실제로 만났던 그의 작품에서 느껴진 ()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작품 감상 시 나름의 에너지를 느껴 왔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단지 느낌 탓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무엇이 있었다. 거대한 생물체와 같던 작품들 앞에 서니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 속에 자아 덩어리가 내던져진 것만 같았다.

[마크로스코 No. 3/No. 13(좌),    [마크로스코 무제/Violet, Black, Orange, Yellow on White and Red]1949] 출처| markrothko.org(우)
[마크로스코 No. 3/No. 13(좌),
[마크로스코 무제/Violet, Black, Orange, Yellow on White and Red]1949] 출처| markrothko.org(우)

그의 동료였던 로버트마더웰(Robert Motherwell)로스코의 진정한 천재성은 색이 아니라 그가 느낌의 언어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했는데, 그의 화면을 통해 느끼는 시각의 진동은 마음을 울렸다. 커다란 그의 작품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들, 그중에서도 그윽했던 어떤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 녹아있다.

로스코는 자신의 캔버스를 좀 더 계발적인 세계로 가는 패스포트라고 하였는데, 오늘 라일메이스의 'long life'와 침묵보다 아름다운 로스코의 작품 소개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자기 자신과 만나는 입장권을 독자분들께 선물하고자 한다.

성지윤 칼럼니스트 claramusic89@naver.com

성지윤 칼럼리스트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교육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클라라뮤직을 운영중에 있다.
또한 미술,사진,연극, 문학 등 다양한 얘술분야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토대로 음악이 타장르 예술들과 만났을때의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면서 예술융합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 및 교육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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