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사장, 불법 정치자금 혐의 안고 공식 출발
구현모 KT 사장, 불법 정치자금 혐의 안고 공식 출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3.3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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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가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구 사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 혁신과 내부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여러 차례 문제가 된 취업과 관련해 수시‧인턴 채용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 혁신을 마련했다. 하지만 구 사장은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 혁신을 앞세운 구 사장의 이같은 혐의는 임기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편집자주>

지난 30일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가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구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33년까지다.(사진/뉴시스)
지난 30일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가 취임식을 열고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구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33년까지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앞서 채용비리와 뇌물 수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이석채 전 회장과 정치권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으로 KT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KT이사회는 지난 12월 27일 급변하는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인물로 구현모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사장) 후보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 구현모 사장 공식 취임, 앞으로의 KT는?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의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8기 정지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대표이사 후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오는 2023년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구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정된 이후 지난 3개월 동안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KT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실감했다”면서 “KT 임직원 모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5G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도약의 중심은 고객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기 위해 내부혁신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사업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나는 기업, 임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KT그룹 임직원과 함께 당당하고 단단한 KT그룹을 만들어 갈 것"이라 덧붙였다.

취임사를 보면 구 사장은 앞서 전임 두 회장의 여러 구설수와 관련해 KT 이미지 회복이라는 큰 숙제를 떠안았다. 또한 2002년 민영화 이후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에서 사장으로 오른 인물로 외풍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특히 향후 KT의 청사진으로 디지털혁신을 바탕으로 내부혁신을 강조해 성장과 발전 도모를 앞세웠다.

구 사장의 이같은 혁신에 대한 의지는 내부 인사에서 이미 시작됐다. KT는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정기 공개채용을 완전히 없애고 수시‧인턴 채용 도입을 결정하고 세부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바닥에 떨어진 이미지 회복과 혁신의 과제를 안은 KT의 가장 큰 문제는 구 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6월 경찰은 회삿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로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KT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 4명 중 한명으로 황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약 3년간 상품깡 수법으로 법인자금 11억5000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4억400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7억원은 접대비 명목으로 사용됐다.

이들에게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구 사장의 이같은 혐의로 사장 선임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서도 “불법 경영 세습이다”, “범죄 혐의가 있는데 사장이 된 이유를 설명해라”, “구현모는 퇴진하라”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주총장에서 구 사장은 “취임도 전에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는 대표는 제가 처음인거 같다”고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불법 정치자금 위반 혐의는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구 사장의 혐의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 사장을 내정한 KT이사회는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했고 급여 등 처우도 낮췄다.

특히 임기 중 과실이나 부정행위가 적발될 시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구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를 대비한 후속조치를 취한 상태다.

◇ 노조, 중대한 CEO 리스크 초래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 사장의 선임과 관련해 내부의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KT새노조는 구 사장의 선임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 사건, 자문선임 사건 등 황창규 회장 하에서 정치권 줄대기로 인한 리스크를 털어버리고 아현화재 등 단기주의와 무책임 경영이 빚은 경영 실패를 바로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황 회장 체제와의 단절과 혁신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KT새노조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구 사장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KT에 중대한 CEO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T새노조 측은 KT 불법정치자금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 구 사장의 범죄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사회의 사퇴 조건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와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기 회장의 선임 절차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해 주총 직전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KT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특히 KT는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요구한 KT새노조 측의 요구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KT새노조는 “불투명한 이사회의 결정으로 구현모 후보 선임 이후 KT의 주가는 연일 사상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KT의 CEO 리스크와 경영능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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