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석 참패' 미래통합당 위기는 이제부터
'84석 참패' 미래통합당 위기는 이제부터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4.17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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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리더십, 새로운 리더십 수혈 필요해
새로운 보수 가치 재정립 못하면 궤멸 위기

막말 파동, 결국 상대 세력 인정하지 않아서
기존 체제 완전히 벗어버리고 새로 태어나야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래통합당)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래통합당)

[한국뉴스투데이]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이 19석 등으로 총 103석의 지역구를 얻었다. 개헌 저지선은 확보했지만 그야말로 참패를 당했다. 특히 수도권 121석 중 16석이라는 성적표는 미래통합당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문제는 미래통합당의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점이다. 새로운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2022년 대선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이 앞으로도 미래통합당을 외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중진의 대거 낙선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국민에게 외면당할 큰 이유는 중진의 대거 낙선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이다. 황교안 전 대표를 비롯해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심재철 현 원내대표, 오세훈 후보 등 중진이 수도권에서 대거 참패했다. 이로 인한 지도부 공백이 불가피하다.

물론 외곽에서 김태호 후보와 홍준표 후보 등이 살아났지만 영남에서 살아난 것이고, 무소속이기 때문에 복당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들 역시 이미 구시대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리더십으로 내세우기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청년 후보들 역시 수도권에서 대거 낙선되면서 미래 리더십 역시 부재된 상태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리더십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초선 의원들이 영남에서 대거 당선됐는데 문제는 초선 의원들이 과연 정치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진들의 노련한 정치력과 정치 신인들의 참신함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런 리더십의 부재는 앞으로 장기화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통합당은 곧바로 비대위 체제를 꾸려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지도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당권-대권 분리 당헌당규 때문에 대권 주자들은 당권 도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 대표를 선출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리더십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 새로운 보수 가치 재정립 필요

또 다른 숙제는 새로운 보수 가치의 재정립이다.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합쳐지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논리를 갖고 충돌이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과연 지울 것인가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하지만 국민은 이미 박 전 대통령을 심판했다. 그런 점에서 구시대 인물을 안고 간 것 자체가 패착이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이제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다.

이는 극우주의적 경향을 완전히 버리고 중도보수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태극기 부대와의 결별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과연 태극기 부대와 결별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다. 세대교체를 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보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16일 오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008년 총선 당시 참패를 한 후 끊임없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재정립했고, 친문 세력이라는 것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진보 세력이 민주통합당을 통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됐다.

그런 점에서 미래통합당은 앞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걸어온 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는 새로운 보수세력을 제도권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이념적 보수가 아닌 실용적 보수를 제도권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보수의 품격을 높여야

또 다른 숙제는 보수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것은 막말 파동이었다. 막말 파동으로 인해 국민은 미래통합당을 외면했다.

막말 파동이 일어난 원인은 상대 정당 즉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친문 세력을 배타적이라고 언론에서는 판단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계속해서 그 친문 세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는 친문 세력이 이념적이고 배타적이어도 중도층 외연 확장을 끊임없이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더 이상 이념적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 자신의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중도층을 바라보는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여지 없이 보여줬다.

미래통합당의 위기는 이제부터이다. 어떤 숙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질 수도 있고, 어두운 터널은 계속 더 어두워질 수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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