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파헤치기’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n번방 파헤치기’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4.1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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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분노 높자 자경단 등 활개
무차별적 신상공개, 2차 피해로 이어지나
전문가 "자경단 행동 원칙상 명에훼손 소지"

텔레그램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n번방’이나 유사 ‘n번방’에 잠입해 취재하거나 제보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면책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n번방’ 취재 및 제보에 대한 면책 정도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텔레그램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조주빈의 경우 가상화페를 이용해 금전세탁을 시도한다는 점이 알려지며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에 자경단을 조직해 n번방이나 유사 n번방에 들어가 신상을 파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텔레그램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조주빈의 경우 가상화페를 이용해 금전세탁을 시도한다는 점이 알려지며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에 자경단을 조직해 n번방이나 유사 n번방에 들어가 신상을 파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n번방 사건’이 세간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운데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취재나 제보의 형식으로 ‘n번방’이나 유사 ‘n번방’을 들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처벌 면책과 관련한 관심이 늘고 있다.

◇ 잠입취재, 잠입제보... 자경단까지 조직하다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의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자경단이란 이름으로 무차별적인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n번방’을 검색하면 n번방 범죄 혐의자 신상공개란 이름의 계정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한 계정에는 범죄 혐의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 다양한 인적사항을 노출했다.

현재 해당 계정은 조주빈과 강훈의 신상공개와 맞물려 약 3만 명의 구독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게시물 중 댓글이 수천 개가 넘는 것도 존재한다.

n번방 범죄 혐의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비단 SNS뿐만이 아니다. 텔레그램 ‘주홍글씨’ 방에서는 성범죄 혐의자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가해자의 가족까지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자경단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명단을 직접 밝히는 만큼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이들 ‘n번방’과 유사 ‘n번방’에 대해 취재하고 제보하려는 일반인 혹은 기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n번방의 실태에 대한 취재를 이유로 ‘n번방’과 유사 ‘n번방’에 잠입해 대화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 이렇듯 n번방 잠입취재 및 제보, SNS 자경단들의 활동이 많아지자 이에 대해 면책받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조주빈과 강훈의 신상공개로 인해 자경단의 활동이 늘어나자 경찰은 내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 이렇듯 n번방 잠입취재 및 제보, SNS 자경단들의 활동이 많아지자 이에 대해 면책받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조주빈과 강훈의 신상공개로 인해 자경단의 활동이 늘어나자 경찰은 내사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 ‘취재만 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범죄자?

이렇듯 n번방 잠입취재 및 제보, SNS 자경단들의 활동이 많아지자 이에 대해 면책받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텔레그램 ‘주홍글씨’에 대해 부산지방경찰청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보자를 자처하는 일반인이 ‘n번방’과 유사 ‘n번방’에 가입했을 경우 원칙적으로 범죄 구성 요건에 충족한다고 봐야하며, 순수 제보 목적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엄격한 요건 하에 위법성 조각 사유 또는 양형 사유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n번방의 불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1차적으로는 수사기관 신고 혹은 언론 제보를 통해 취재 혹은 수사가 이뤄지게 해야한다”면서 “그런 조치를 하지 않고 몇 단계의 인증절차를 거치면서 들어가는 행위는 면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기 면책 사유는 자기 입증 책임이 피의자에게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범죄 성립 자체는 입증 책임이 검사한테 있다. 그러나 면책 사유는 자신이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언론인의 경우 이 사건의 발생 이후 취재지시 혹은 내부 데스크의 지침이 있어야 한다. 자발적인 취재의 경우라도 그에 대한 보고 혹은 회의 결과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단지 기자라는 신분 혹은 소속된 언론사 등 단체에 의해 소명되는 것이 아니며 ‘취재 중’이 명확히 입증돼야 하며 만일 잠입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지 못한 경우, 그런 내역들이 증빙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경단 같은 경우에는 이들의 행위가 원칙상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강훈이나 조주빈의 경우처럼 법원의 결정으로 신상공개가 이뤄지는 것인데 개인이 임의로 공개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역시 “자경단의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 뜯어보고 있다”며 자경단의 행위를 감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끝으로 “어떤 경우라도 수사중인 사항에 대해 피의자 신상공개를 국민적 공분만 감안해 공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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