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몰락] ① 보수의 가치도 몰랐다
[보수 정당의 몰락] ① 보수의 가치도 몰랐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4.2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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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기저는 국가주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거치면서 정립되고

87년 이후 보수의 가치는 더욱 공고해져
국가주의 표방한 극우세력, 총선서 심판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했다.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표현한다. 이대로 가면 보수 정당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다. 새로운 터전 아래서 보수 정당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 정당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본지에서는 시리즈로 보수 정당의 몰락에 대해 진단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우리나라에 보수 정당이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분류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을 보수 정당으로 분류한다. 실제로 이번 4.15 총선에서 투표를 한 유권자들 중 일부는 더불어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통합당을 ‘극우 정당’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을 극우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래통합당이 ‘잘못된 보수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수의 가치는 ‘민주’와 ‘자유’로 대변된다.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와 의무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보수의 가치이다. 이를 경제적 관점에 접목하게 되면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 작동하게 되면 민주공화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 입으로는 ‘자유’ ‘민주’ 외치면서 ‘국가주의’ 표방

하지만 그동안 보수정당은 입으로만 ‘자유’ ‘민주’를 외쳤을 뿐 실제로는 국가주의를 표방했다.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서 박정희 정권 그리고 전두환 정권까지 우리는 국가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에서 살아왔다.

이들 정권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주의’는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권력이 경제 및 사회정책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948년 신생국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면서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까지 계속해서 북한과 체제 경쟁을 해야만 했다. 공산주의와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국가주의를 표면에 내세워야 했다.

그러다보니 ‘공산주의’ 반대말이 ‘민주주의’가 돼버렸다. 하지만 정치적 시스템은 ‘국가주의’가 돼버렸다. 이승만 정권을 독재라고 칭하고,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군부독재라고 칭하는 것도 국가주의에 기반을 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실제로 정치시스템은 ‘국가주의’에 기반하다보니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왔다.

◇ 한국식 민주주의, 결국 우월한 국가가 국민 지배

한국식 민주주의는 우월한 국가가 국민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보수의 가치와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경멸하는 공산주의 정치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동안 공산주의와 맞서 싸우는 것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착각을 해왔다.

1987년 4월 19일, 개헌반대라는 4·13 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수유리 묘소에서 열린 4·19 기념행사 모습.(사진/뉴시스)
1987년 4월 19일, 개헌반대라는 4·13 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수유리 묘소에서 열린 4·19 기념행사 모습.(사진/뉴시스)

그것이 무너진건 1987년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국민의 인식은 점차 국가주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 정부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성장하기 시작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정부가 국민 위에 더 이상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시대는 이처럼 보수의 가치 즉 ‘자유’와 ‘민주’를 계속해서 정착시켜나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일부 보수 세력은 아직도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북한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국민은 더 이상 체제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고, 그로 인해 보수의 가치를 더욱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일부 보수 세력은 아직도 체제 경쟁 중에 있고, 그 체제 경쟁은 ‘국가주의’가 밑바탕이 돼야 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착각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빨갱이’가 돼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빨갱이가 돼야 했다.

◇ 이미 시대는 흘러, 국가주의 더 이상 소용 없어

이미 시대는 흘러 국가주의는 더 이상 소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세력은 아직도 국가주의를 앞세워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치 판단을 미래통합당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좌파 독재 척결’을 선거운동에서 구호로 내세우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무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은 국가주의가 무너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뜨린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또한 보수의 가치가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좌파 독재 척결’을 내세우게 되면서 그들은 극우 세력으로 이번 총선에서 몰락하게 된 것이다.

이미 시대는 변화해서 보수의 가치인 ‘민주’와 ‘자유’를 지켜내자는 국민적 인식이 기저에 깔리면서 국가주의를 내세우는 미래통합당이 보수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정당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투표로 연결됐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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