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몰락] ② 민주주의 원리도 작동 안됐다
[보수 정당의 몰락] ② 민주주의 원리도 작동 안됐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4.2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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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 원칙 그리고 대화와 타협 실종
문재인 정부는 ‘불의’, 자신들은 ‘정의’?

독립투사 느낌으로 시대전쟁 속에 살아
상대 인정 못하는 문화, 계파 갈등으로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했다.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표현한다. 이대로 가면 보수 정당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다. 새로운 터전 아래서 보수 정당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 정당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본지에서는 시리즈로 보수 정당의 몰락에 대해 진단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난 17일 오전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했다.(사진/미래통합당)
지난 17일 오전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했다.(사진/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진 이유는 ‘민주적 정당 운영’을 하고 있는가에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원리도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가장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데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야당이 무조건 발목잡기를 한 책임도 있다. 국민은 그에 대한 책임을 21대 총선에서 심판했다.

민주주의 기본원리는 ‘다수결’ 그리고 ‘대화와 타협’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최근 모습은 이 원리를 무시한 채 작동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 정의 vs 불의 관점, 결국 막말로

민주주의 원리는 상대방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보인 모습은 오로지 ‘반문 정서’에 기댄 모습을 보였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수결의 원리를 작동시키려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를 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 정부’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투쟁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삭발 등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져왔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결국 국회 보이콧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언행은 ‘정의(正義)’로운 것이고, 상대의 언행은 ‘불의(不義)’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결국 상대에 대한 막말로 이어졌다.

자신은 정의의 용사이고, 상대는 제거해야 할 악마이기 때문에 막말을 해도 그것은 정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 때문에 ‘정의로운 언어’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막말을 해도 자신이 막말을 했는지 인지를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결국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수결로 완성되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는 무조건 타도해야 할 상대라는 인식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이것은 정책으로도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깔리게 되고, 이로 인해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내용이 되는 것이다.

◇ 문재인 정부 정책은 무조건 나쁜 것?

그 사례로 문재인 정부가 ‘소득 하위 70% 4인 가구에 100만원 지급’이라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내놓자 미래통합당은 ‘전국민에게 50만원 지급’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에게 지급’으로 정책을 전환하자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이 전국민 지급을 반대하고 나섰다.

즉,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도 ‘기준’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책이 뒤집혀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수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이뤄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대를 타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총선 직후인 16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총선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사진/미래통합당)
총선 직후인 16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총선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사진/미래통합당)

◇ 계파 싸움, 결국 민주주의 기본원리 작동 하지 않아

당내 계파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없이 무조건 상대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수결은 사라지고 무조건 상대에 대한 증오만 남게 됐다.

미래통합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발생한 고질적인 친이-친박, 친박-비박 전쟁은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인식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타도해야 할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도 계파 다툼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것이 탄핵의 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하게 만들었고,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탄핵에 대해 확실하게 인정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당을 만들기 위해 친박-비박 모두 하나로 합쳐져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수결을 통해 당을 혁신했다면 아마도 이번 총선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무조건 계파에 끌려다니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당이 분열되고, 이름만 ‘통합’이 들어갔을 뿐이지 화학적 결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이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은 또 다시 분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한편 앞서 2008년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후 진보 진영은 자신들의 행태를 반성하고 꾸준하게 쇄신을 했고,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전국단위 선거 4연승을 이뤄냈다. 이들은 ‘대화’와 ‘타협’ 그리고 다수결을 통해 끊임없이 민주주의 기본원리가 작동되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고, 지금 그 노력의 결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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