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의 몰락] ④ 청년 목소리 부재
[보수 정당의 몰락] ④ 청년 목소리 부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4.2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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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외치지만 사실상 토양은 없어
청년 정치인 실종, 단순 영입만으로 안돼

청년 처한 현실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
청년 배제되면 830지도부 구성도 미지수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서 참패했다.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표현한다. 이대로 가면 보수 정당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다. 새로운 터전 아래서 보수 정당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 정당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본지에서는 시리즈로 보수 정당의 몰락에 대해 진단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심재철 미래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권을 잡고 대권으로 나아갈 때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소위 ‘잘 나가는’ 정당이었다. 국민적 지지가 상당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청년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청년 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은 단순히 청년 정치인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더 나아가 새누리당이 어느 순간부터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당이 어느 순간부터 멈춰있는 것을 넘어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끊임없이 청년 정치인 유입은 있어

물론 청년 정치인의 유입은 계속 있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인 청년’ 즉 나이 숫자 상으로의 청년일 뿐이다. 당 운영 자체가 ‘청년 지향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진취적인 사고방식과 혁신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당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데 미래통합당은 그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당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시스템 공천을 만들었으며, 이번 총선에서는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효율적인 선거유세에 나서는 등 끊임없이 청년 의식을 갖고 혁신하고 개혁해왔다.

또한 청년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청년 정치인의 쓴소리를 듣기 위해 당 지도부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청년 정치인을 끊임없이 유입시켰지만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통합당은 청년 목소리에 대해 “경험도 없는 사람들의 외침”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러다보니 청년의 쓴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계속해서 청년 정치인들은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물론 과거에는 청년 정치인의 목소리를 반영할 때도 있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고 해서 이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한나라당에서 큰 울림이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청년 정치인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 청년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들

미래통합당은 청년 정치인을 제대로 성장시키지도 못했다. 최근 유행하는 ‘라떼는 말이야’는 중년층이 청년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신조어이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청년은 왜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냐는 중년의 자기 중심적 사고를 비꼰 신조어이다.

17일 오전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17일 오전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의원들이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그런데 미래통합당이 보여준 최근 모습은 그야말로 “라떼는 말이야”로 대변된다. 김대호 전 관악갑 후보의 ‘3040세대는 무지’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청년의 현재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중년의 잣대로 청년을 바라보면서 청년과의 대화가 완전히 단절하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 대표 시절인 2014년 ‘청년과의 대화’에서 아르바이트 처우 문제를 지적하는 한 청년에게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 청년단체들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청년의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해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이 진지한 고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청년과의 단절이 이뤄지게 됐고, 이로 인해 청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그런 정당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50대 유권자들도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지만 3040세대 역시 더불어민주당은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저마다 자신이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는 다른데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갖고 청년을 바라보게 되면서 결국 청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청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 830세대 유입 외치고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830세대를 영입해서 당 지도부에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0년생에 30대이고 00학번인 그들이 당이 주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초선 의원이 평균 53세인 상황에서 830세대가 당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청년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데 초선 의원만 해도 평균 53세이며, 중진 등은 그보다 나이가 더 많다. 이런 그들이 과연 청년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다.

즉, 830세대로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청년을 대하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면 청년층과의 단절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년에 다가간다는 것은 결국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4.15 총선 참패와 같은 참패는 또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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