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108번뇌와 미래통합당 사이에서
더불어민주당, 108번뇌와 미래통합당 사이에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5.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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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트라우마, 초선에 입조심 강조
108명의 초선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초선 목소리 제어한 미래통합당, 총선 참패로
쓴소리와 입조심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상황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총선 당선자들에게 ‘입조심’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사진/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총선 당선자들에게 ‘입조심’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사진/더불어민주당)

[한국뉴스투데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총선 당선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강조한 말은 ‘입조심’이다.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초선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하면 당내 민주적 목소리는 사라지게 되고 당이 경직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현재 미래통합당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08번뇌와 미래통합당의 현재 모습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총선 초선 당선인들과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은 비례대표 16명까지 포함, 초선 당선자들이 84명이 되기 때문이다. 180석 중에서 84명이 초선이라는 이야기는 당의 자산이 될 수도 있지만 당의 걱정 혹은 근심거리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경험했다. 당시 152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얻고도 개성 강한 초선들의 백가쟁명식 논쟁이 결국 열린우리당의 몰락을 가져왔다. 이런 경험 때문에 초선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 열린우리당의 실패 "반복은 없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안을 막지 못했다. 이에 탄핵에 대한 반대 민심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탄핵안이 통과되고 한 달 만에 열린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과반을 따내면서 민주개혁정당이 처음으로 여대야소의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4대 개혁입법과 행정수도 이전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과반 의석은 무용지물이 됐다. 여기에 정치 개혁이 뚜렷한 초선 108명이 개성만 뚜렷했을 뿐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서 ‘108번뇌’ 혹은 ‘탄돌이’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보수 세력은 점점 反열린우리당 정서를 강하게 작동했고, 민주개혁세력에서도 열린우리당이 개혁법안에 대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등을 돌렸다.

이에 2년 후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전북지사 한 자리만 지켰고, 2007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결국 만 4년도 되지 않아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에 사려졌고, 친노는 ‘폐족’의 꼬리표가 붙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친노 프레임은 이어졌고, 이후 친노 프레임은 친문 프레임으로 연결되면서 아직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거대 공룡 여당이 됐으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및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초선) 워크숍에 참석했다.(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및 더불어시민당 당선인들이 지난 4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초선) 워크숍에 참석했다.(사진/뉴시스)

◇ '입조심' 거듭 강조한 이해찬 대표

이 대표는 총선 압승 직후 당선자 전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면서 “그 결과 우리는 17대 대선에서 패했고 18대 총선에서 겨우 81석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선 당선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84명이 초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자칫하면 열린우리당 꼴이 나지 않겠냐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초선 의원의 입을 너무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미래통합당의 현재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중진들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초선의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개혁적인 모습이 없어졌고 노쇠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반면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경우 ‘남원정’이라 불린 남경필 전 경기지사, 원희룡 현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이 당에 쓴소리를 하면서 개혁의 이미지를 불어넣었고 당시 몰아친 개혁의 바람은 대선을 두 번이나 이기게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게 되면서 초선 목소리가 사라지면서 미래통합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 초선의 개혁적 목소리 필요해

이런 이유로 초선의 개혁적 목소리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에 대한 쓴소리를 내는 목소리, 청와대에 대한 쓴소리를 내는 목소리를 막아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당장은 당내 갈등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무조건 초선 목소리를 막는다면 당이나 청와대가 고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미래통합당이 당내 쓴소리를 내는 초선의 목소리를 막으면서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도 무조건 당내 초선 목소리를 막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입조심을 강조하면서도 초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에 활발하게 전달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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