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發 코로나 충격’ K-방역, 중대한 고비 맞이하다
‘클럽發 코로나 충격’ K-방역, 중대한 고비 맞이하다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5.14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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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황금연휴 뒤 클럽 중심 코로나19 폭발적 증가... 현재 131명 확진
해당 클럽, 성 소수자들 많이 찾아.. 보도나가자 아우팅 두려워 검사 피해
성 소수자 인권단체 7개,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 꾸려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황금연휴가 끝난 뒤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폭발적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또, 연휴기간에 이태원이나 홍대 등 클럽을 방문한 뒤 각지로 퍼진 인원들이 많아 이들로 인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해 성 소수자 클럽에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성 소수자들이 아우팅이 두려워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일각에서는 ‘지역감염 및 3차 유행’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편집자 주>

▲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19가 클럽을 중심으로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이태원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전국에 걸쳐 1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폐쇄명령을 받은 이태원의 한 클럽의 모습. (사진/뉴시스)
▲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19가 클럽을 중심으로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이태원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로 인해 전국에 걸쳐 1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폐쇄명령을 받은 이태원의 한 클럽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의 기세가 맹렬한 가운데 외신들이 이를 두고 ”K-방역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면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 ”지역감염 만연하나“ 우려 낳은 ‘클럽發 코로나’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19가 클럽을 중심으로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환자가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내의 클럽과 주점 5군데를 들렀던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코로나19의 확진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며, 방역당국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전국에 걸쳐 13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구로 콜센터 확진자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중대한 고비를 맞은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 이미 5월 초 연휴 전부터 이미 이태원 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입해 있었으며 이태원 클럽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자가 1명이 아닌 2명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5월 2일 첫 증상이 나타난 확진자는 2명으로 확인됐다“면서 ”초발환자는 2명 이상이며 이번 사태가 여러 진앙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판단처럼 용인 66번 확진자가 들렀던 클럽 이외의 다른 클럽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고, 방문날짜 또한 다른 감염자도 발생하면서 초기 감염경로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역당국은 2차감염 전파를 막기 위해 이태원 클럽 방문자 찾기와 동시에 진짜 초발 확진자를 파악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거짓 진술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미추홀구의 한 학원 강사 A씨가 지난 2일 이태원 클럽 및 주점을 방문했다.

시와 방역당국 합동 조사 당시 A씨는 무직이라고 거짓 진술을 한 뒤 과외 및 학원 강의를 진행해 추가 확진자 9명을 만드는 등 사태를 키웠고, 인천시는 A씨를 감염병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A씨로부터 2차 감염된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지역감염 및 3차 유행이 만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아우팅 두려워 숨어버린 성 소수자들... 외신 ”K-방역 중대 고비“

이와 같이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해당 클럽들이 성 소수자들이 많이찾는다는 보도가 나오자 해당 클럽들을 많이 찾는 성 소수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시설을 방문한 성 소수자들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이른바 ‘아우팅’을 우려하면서 진료소 방문마저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 10일 인천의 한 아파트 현관에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는 등 성 소수자에 대한 비난이 줄을 잇고 있어 이에 대한 방역 공백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외신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19 이야기가 이태원 집단감염을 추적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공공보건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지난 12일 ‘호모포비아가 한국의 방역 캠페인을 방해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기사에서 호모포비아 증가는 성 소수자가 진단 검사를 위해 나서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 이태원 코로나 집단감염사태 발생 후 방역당국은 코로나 검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성 소수자들이 아우팅이 무서워 검사를 꺼리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성 소수자 인권단체 7개가 연합해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를 꾸리고 서울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당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은 이태원지역에서 방역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뉴시스)
▲ 이태원 코로나 집단감염사태 발생 후 방역당국은 코로나 검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성 소수자들이 아우팅이 무서워 검사를 꺼리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성 소수자 인권단체 7개가 연합해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를 꾸리고 서울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당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은 이태원지역에서 방역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뉴시스)

◇ 성 소수자 연합회 ”자발적 검사 독려한다“... 성 소수자, 응답할까?

이같이 성 소수자들이 아우팅이 될 것을 우려해 코로나19 검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자 정부가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혐오와 차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신변노출 위험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 소수자들의 자발적 검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지난 12일 성 소수자 인권단체 7개가 연합해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를 꾸리고 서울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본부는 "보건당국과 소통하고 협력을 모색하며 이태원 및 강남 방문자들이 검진을 받고 자가격리하는 과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자발적 검진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보건당국과 협의된 내용을 공개했다.

이렇게 성 소수자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김경수 경남지사는 “성 소수자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방역을 어렵게 한다”며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약화되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약화된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다 같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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