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극단적 선택... 처우 개선 여전히 ‘제자리’
아파트 경비원 극단적 선택... 처우 개선 여전히 ‘제자리’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5.1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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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 가해자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
경비원들 대부분 고령자... 인터넷 신고 어려워, 대책 마련 촉구
정치권, 제도 정비 나서기로... 유족들, ‘최희석법’ 만들 것 예고

최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해당 경비원은 아파트 입주민에게 폭언과 폭행,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며 경비원들의 처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이들은 사실상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 최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비원의 처우 문제를 둘러싸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故 최희석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사진/뉴시스)
▲ 최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비원의 처우 문제를 둘러싸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故 최희석 경비원이 근무하던 경비 초소.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의 극단적 선택 이후 추모 분위기와 함께 경비원의 처우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세균 총리까지 조문하며 법령 개정을 약속했다.

◇ ‘그곳에서는 갑질 없길....” 아파트 경비원 추모 열기

지난 14일 오전 5시 20분경 아파트 입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故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엄수됐다.

이날 해당 아파트 경비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주민들이 고인의 넋을 기렸고, 분향소에는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1일 경비원 최씨가 평행주차된 차를 미는 과정에서 차주 심모씨가 나타나 차를 밀지 말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심씨는 최씨를 계속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폭력을 가하며 욕설을 했고, 평소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평판이 좋았던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입주민들은 긴급대책회의까지 소집했다.

그러나 최씨는 억울함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심씨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입주민 중 한 명이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고, 15일 오후 3시 현재 37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 아파트 입주자는 왕? 심부름에 세차까지 하는 경비원

이같은 비극적 일이 발생한 가운데 경비원의 처우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4가 지난 14일 공개한 갑질 피해 사례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이 20년간 관리사무실에 책상을 설치하고 일일이 간섭하고 지시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입주자 대표회장은 아침 직원회의 때마다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고, 근로계약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신의 차량을 세차하면서 흠집 제거를 시키기도 하고,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입주민들의 억지 민원과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지난 3월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붙이려 했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일도 있었으며 지난해 설 연휴에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차단기를 미리 올려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폭행한 일도 있었다.

직장갑질114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왕처럼 군림하며 경비원들을 하인처럼 부리고 있으며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해버린다”면서 “아파트가 갑질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비원, 미화원들은 대부분 고령자로 인터넷 신고도 쉽지 않을 뿐더러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도 매우 적기 때문에 이들이 아파트 주민 갑질, 소장 갑질로부터 고통 받지 않도록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같이 경비원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세균 총리는 “법령의 미비점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지자체 단위의 조례 개정을 통한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같이 경비원의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세균 총리는 “법령의 미비점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지자체 단위의 조례 개정을 통한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민들 분노에 정치권도 ’법령 개정‘ 응답했다.

예전부터 제기돼왔던 경비원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개선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故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은 지난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비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한 이른바 ’최희석법‘을 추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이를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북구 주민들도 사건 다음날인 11일 ’故 최희석 님 추모와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강북구 지역대책위‘를 구성하고 대응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중요 사안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오후 고인이 생전 근무했던 아파트 경비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정 총리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며 심경을 드러내며 “안전이 보장되는 경비 근로 환경을 만들 것이며, 관련 법령과 제도의 미비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4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제도개선을 촉구하며 “21대 국회에서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14일 오전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전국의 30만 경비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인간답게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 개선과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지자체 단위의 조례 개정을 통한 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현재 가해자 심씨는 지난 12일 경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로, 경찰은 이번 주 중으로 경찰 조사와 함께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비원들도 갑질 피해의 대상이 아닌 정당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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