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법안 대거 수정 앞두고 손보사들 ‘두근두근’
반려동물 법안 대거 수정 앞두고 손보사들 ‘두근두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5.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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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 사전 고지 의무화로 소비자 선택권 강화
반려동물 의무화 실현되면 2030 펫 보험 블루오션 시간문제
동물병원 진료비용 사전고지 의무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동물병원 진료비용 사전고지 의무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3살 된 코리아 숏헤어 고양이를 키우는 박은진 씨는 최근 특발성 유미흉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 병에 대해 알려진 바가 터무니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수술이나 치료를 성공한 의사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수소문 끝에 몇몇 병원에 연락을 취했는데, 해당 병에 대한 수술비용이 천차만별이었다. 이후 필요성을 느껴 펫 보험에 가입했다.

#9살 된 푸들을 키우는 김지수 씨는 병원비가 너무나 비싸 펫 보험에 가입하려 상담을 받았지만, 나이가 많고 이력이 있는 병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입 절차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많이 찾는 질병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적금을 들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가고 있지만 들쑥날쑥한 병원비로 불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 의료비용 사전 고지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더불어 펫 보험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호황기를 앞두고 있다.

◊ 진료비 미고지 사라진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이 동물병원 비용 이용자를 상대로 진행한 불만 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 진료비 미고지 15%, 과잉진료 14%, 진료비 과다 12% 등으로 답변했다. 이처럼 전체 가구의 28.1%가 반려동물을 키우지만, 비싼 동물 진료비와 과잉 진료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를 둘러싼 소비자 논란이 과열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6일, 신뢰할 수 있는 반려동물 의료환경 조성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수의사법 개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의사는 수술과 수혈 등 중대한 진료를 할 경우 진료내용과 진료비 등을 설명하고, 동물 소유자는 설명을 들은 뒤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병원 개설자는 진료비용을 책자와 홈페이지 등으로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이들 비용은 간단한 진료부터 표준화된 다빈도 진료까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다.

국내 동물병원별 진료항목별 평균 가격, 가격 범위 등 진료비 현황 조사 결과도 공개하기로 했다.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병원 내에 동물 소유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안내물을 게시하도록 해 수의사와 동물 소유자의 균형적 관계를 성립할 수 있게 됐다.

◊ 등록 의무화는 펫 보험 활성화로

이 뿐만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안에 반려동물을 판매할 때 판매자는 소유자(구매자)의 명의로 동물등록을 신청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에 한해 등록이 의무화되어있지만, 2021년까지 반려 목적이 아닌 모든 개를 소유할 경우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반려동물 등록률이 저조해 보험사들이 중복청구에 대한 우려로 펫 보험 비용이 높게 측정됐고, 이에 따라 펫 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 의무화로 자연스레 펫 보험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에 펫 보험 제도를 개선해 의료비를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펫 보험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과 보험금 산정 등 관련 제도가 개선된다면 펫 보험은 포화 상태인 보험시장에서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펫 보험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신상품 개발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약 890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을 위한 반려동물보험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관련 법·제도 정비와 함께 새로운 상품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 손보사 새로운 먹거리 잡나

국내 펫 보험은 지난 2007년 현대해상이 출시한 상품이 최초이다. 이후 다른 손보사들도 펫 보험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7곳의 손보사가 펫 보험을 판매 중이지만 가입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까다로운 가입 절차, 비싼 보험료, 복잡한 보험금 청구 과정, 많이 유발되는 유전질환에 대해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하지만 관련 제도들이 정비되고 자리 잡기 시작하면 펫 보험 시장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그 근거로 최근 메리츠화재가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인 ‘펫퍼민트’ 출시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 보험 가입자의 절반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반려묘 보험 가입자는 20~30대가 70%에 달한다. 보험사에서 주력해 판매하는 보험들이 대게 40대 이후 비중이 훨씬 큰 데 반해, 펫 보험만 이례적으로 20~30대 비중이 높은 것.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최근 발표한 ‘2020 펫케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펫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313억 달러에서 2020년 약 6% 증가한 1398억 달러로 예측했다. 국내 또한 전체 반려동물 수가 10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관련 산업 규모도 올해 3조4000억 원에서 2026년 5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펫 보험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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