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유죄 판결, 재수사 군불 지피는 여권
한명숙 유죄 판결, 재수사 군불 지피는 여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5.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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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한만호 옥중 비망록으로 한명숙 재판 다시 거론
검찰은 “강압수사 없었다”반발, 법원은 당혹스런 입장

명확한 증거 찾지 않는 한 재심 어려워
결국 공수처에서 수사 해야 하는 상황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7년 8월 23일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017년 8월 23일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여권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확정돼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만호 당시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을 그 근거로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과 법원이 한 사람의 인생과 명예를 무참히 짓밟았다면서 검찰개혁과 사법 개혁을 함께 언급했다. 한 전 총리의 재심 통해서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유죄 판결이 다시 여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의 인생과 명예를 무참히 짓밟았다”면서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검찰의 강압 수사와 사법 농단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여권이 검찰과 사법부를 함께 비난하고 나선 것은 2007년 당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당내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2015년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이 일부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 옥중 비망록 공개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 신문에서 한만호씨가 검찰 강요에 못이겨 거짓 진술을 했다는 내용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됐다. 옥중 비망록이 나오면서 재조사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지난 2011년 1심 재판부는 한만호씨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년 뒤 2심은 한씨 비망록보다 검찰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015년 대법원 역시 한씨의 검찰 진술 신빙성은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확정 근거는 한씨의 검찰 진술이다. 대법원은 한씨의 옥중 비망록을 검토했지만 당시 수사팀이 “허위 증언, 암기 강요 등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는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이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한씨의 검찰진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옥중 비망록이 세상에 공개된 이상 검찰이 당시 강압수사를 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대법원 확정판결 받을 당시는 이른바 사법 농단 시기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사법농단의 피해자’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한 전 총리의 재수사에 따라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모두 해야 할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장을 여권이 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여권은 옥중 비망록을 중대한 변곡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5년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동료의원,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5년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동료의원,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 옥중 비망록, 재심 근거 되나

그렇다면 옥중 비망록이 재심의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2심 법원과 대법원에서 옥중 비망록은 증거가 될 수 없다면서 배척됐다.

그렇기 때문에 재심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다만 배척 사유가 재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에 배척됐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급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정부와 거래한 근거가 한명숙 재판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한 전 총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사법농단 사이에 명확한 연결고리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옥중 비망록은 재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 연결고리의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옥중 비망록은 한씨의 근거 없는 주장만 될 뿐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강압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계속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관된 주장은 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것을 깨부술 근거를 한 전 총리 측이 찾아야 재심이 가능하다.

여권이 한 전 총리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상징으로 한명숙 재판을 꺼내든 것이다.

◇ 결국 공수처로 넘어갈 듯

문제는 누가 ‘재수사’를 할 것이냐는 점이다. 지금의 검찰이 재수사를 할 것인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쉽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검찰의 강압 수사를 지금의 검찰이 수사를 한다는 것은 중이 제 머리를 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한 전 총리의 재수사를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수처가 이 사안에 대해 재수사를 해서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명숙 재수사는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된다. 그리고 재수사를 통해 검찰과 법원이 어떤 밀착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해야 하고, 그것을 공수처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다만 재심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과 법원의 연결고리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로 남는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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