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여직원 극단적 선택’ 직장 내 괴롭힘 있었나
‘오리온 여직원 극단적 선택’ 직장 내 괴롭힘 있었나
  • 조수진 기자,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5.21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대 여직원 사망 직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호소...성희롱 진술도 나와
유가족, 사과 않은 채 퇴직금 계좌번호 언급하는 등 오리온 행태에 분노
오리온, "시말서 강요 없었으며 조사결과 문제 있으면 엄중 처분하겠다"
지난 3월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했던 20대 여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회사 문제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리온은 조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3월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했던 20대 여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회사 문제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리온은 조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근무한 20대 여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회사 문제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했다며 유서 등을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조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유서 3장에 담긴 서씨의 마지막 목소리

지난 3월 17일 오리온 익산공장에 근무하던 서모(22)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유서 3장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씨가 남긴 유서에는 ‘오리온 너무 싫다’, ‘다닐 곳이 아니다’, ‘나 좀 그만 괴롭혀라’, ‘xx언니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들어’ 등 회사 명칭과 직장 상사, 동료 등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혔다.

또, 유서에는 ‘이젠 그만하고 싶어’, ‘지친다’,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싫다’ 등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적혔다.

주변인에 따르면 서씨는 죽기 얼마 전 직장 상급자로부터 업무 시간 외 불려다니며 시말서를 작성해 울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심지어 성희롱을 당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특히 유가족들은 사측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가장 먼저 해야할 사과는 하지 않고 퇴직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운운한 뒤 유서 등 증거 사진들만 찍어갔다며 회사의 대응에 분노했다.

이후 유가족들은 SNS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서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고 같은 직장에 재직했던 남자친구와 동료들의 증언과 유서 등을 토대로 동료의 괴롭힘, 따돌림 등 서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오리온, “직장 내 괴롭힘 없었다”

서씨의 죽음에 대해 오리온은 사건 발생 직후 회사 차원에서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진행했고 노조에서도 별도로 조사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 업무 지시, 집단 괴롭힘 등의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유서에 언급된 서씨의 시말서 작성과 관련해 “서씨가 사망하기 약 2주 전 고인이 근무하던 라인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해당 팀장이 주의를 주고 시말서 작성을 지시한 건 사실”이라며 “동일 라인에 있던 타 근무자에게도 동일한 조치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시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휴가를 간 관계로 고인을 먼저 불러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줬고 이후 복귀한 직원도 따로 면담을 진행해 고인과 동일한 조치를 내렸다”며 “업무시간 외 시말서 작성 강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씨 유서에 언급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팀장에 대해서는 이물질 클레임으로 시말서를 쓰게 한 것에 화가 나 있었던 것 같고 동료에게는 개인적으로 부정적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조직이나 집단적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성희롱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문제 제기로 인해 사고 1년 여 전에 성희롱이 있었다는 내용을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있었을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히 처분할 예정”이라 밝혔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사회모임은 "생전 직장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죽으면서까지 유서로 호소한 고인과 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며 오리온 측을 비판했다. (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사회모임은 "생전 직장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죽으면서까지 유서로 호소한 고인과 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며 오리온 측을 비판했다. (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 유가족 vs 오리온 갈등 증폭

이처럼 오리온이 유가족들이 서씨의 사망 원인이라 지목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전면 부인한 가운데 유가족들은 오리온의 조사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유가족들은 서씨 사망 후 약 보름 뒤 오리온과 처음 만난 면담 자리에서 사측이 자체 조사가 끝나서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등 근거자료에 대해 일절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오리온 측의 조사 결과나 입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 역시 “오리온은 철저하게 자체조사를 했다더니 고인에게 시말서를 강요했는지 안했는지도 파악하지 않다 입장을 번복했고 성희롱 의혹도 언론이 추궁하자 뒤늦게 사실확인에 나서는 등 엉터리 조사로 사건을 덮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사고가 일어난 다음 주 본사에서 익산공장에 내려가 공장장, 같은 팀 직원, 노조위원장 등을 면담해 면밀히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는 문제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모임은 생전에 직장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죽으면서까지 유서로 호소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방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리온은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에서 회사 측의 조문을 거절했고 최고책임자가 만남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면서도 “고인과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지만 유가족과 오리온 측의 갈등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편 해당 사건과 관련해 1, 2차 경찰 조사와 노조의 조사,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차례로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수진 기자, 박성규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