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vs 암보험 환자들 보험금 지급 두고 장기전
삼성생명 vs 암보험 환자들 보험금 지급 두고 장기전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5.21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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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암모 환자들 삼성생명 사옥 점거 농성 120일째
삼성생명, 금감원 권고 거부 “약관대로 지급할 것”
암환자의 요양병원 치료비 보험금 지급 선례될 것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암보험 환자들의 농성이 120일을 넘어섰다.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라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과 지급을 거부한 삼성생명이 팽팽히 맞서며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편집자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5월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앞에서 삼성해고 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 과천 철거민 대책위원회,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기습시위를 벌였다.(사진/뉴시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 5월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앞에서 삼성해고 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 과천 철거민 대책위원회,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 기습시위를 벌였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이하 보암보)은 삼성생명의 암보험금 지급에 문제를 제기한 환자들로 지난 2017년 겨울부터 한두명씩 모이기 시작해 2018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관련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월 14일 삼성생명과의 면담이 불발되자 보암모 환자들은 삼성생명 본사 2층 고객센터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현재 장기 농성 중이다.

◇ 보암모 환자들 “약관대로 보험금 지급하라”

김근아 보암모 공동대표는 1994년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입사해서 2001년 퇴사했다. 이후 2015년 유방암 진단을 받자 회사 재직 당시 가입했던 암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요양병원 입원비를 받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은 암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김씨는 삼성생명이 1994년에 가입한 보험증권과 20017년 재발행된 보험증권을 비교하다 약관이 변조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원래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약관에서 정한 의사가 입증한 유방암(C코드)치료를 신생아 기타 증후군(R코드)로 허위 입력하고 지급하지도 않은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기록하는가 하면 약관에도 없는 간호사의 의료분석으로 지급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모 공동대표 역시 1996년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입사해 4개의 암보험에 가입했다. 2017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씨는 치료와 수술을 받은 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삼성생명은 암 진단금과 수술비는 지급했지만 요양병원 입원비는 지급을 거절했다.

보암모 환자들과 삼성생명의 마찰의 쟁점은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문제다.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에 해당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또 보암모 환자들의 주장대로 기존의 약관이 변조됐냐의 여부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 금감원 중재 ‘암보험 약관 개선안’ 제시

양측의 마찰이 확대되자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중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통해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범위를 제시했다.

금감원이 제시한 ‘암 입원보험금 분쟁 예방을 위한 암보험 약관 개선안’에 따르면 암의 직접치료는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어 임상적으로 통용되는 치료’라 정의했다.

이어 ▲암수술과▲ 항암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수술과 방사선‧화학치료를 병합한 복합치료, ▲연명의료결정법에 해당하는 말기암 환자에 대한 치료를 직접치료로 봤다.

반면 ▲면역력 강화 치료나 ▲암이나 암 치료로 발생한 후유증 또는 합병증 치료, ▲식이‧명상요법 등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는 직접치료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직접치료 기간 내 요양병원의 모든 치료비에 대해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019년 1월 8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보암모)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빌딩 앞에서 암보험약관 지급권고도 무시하는 위법 보험사 종합검사 촉구 집회를 연 당시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1월 8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보암모)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빌딩 앞에서 암보험약관 지급권고도 무시하는 위법 보험사 종합검사 촉구 집회를 연 당시 모습.(사진/뉴시스)

◇ 삼성생명 “약관대로 지급하겠다” 입장 고수

금감원 중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보암모 환자들에 대한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양 측간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하지만 이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보험금 전액 지급 소송 1심에 이어 지난 15일 있었던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보험금 지급이 안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1심 재판부는 암이나 암치료 후 발생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것을 직접치료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고 2심 역시 이 씨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와 관련해 직접치료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은 올 1월부터는 선택입원군(의학적 분류군에 속하지 않지만 일정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자)을 제외한 모든 암환자의 항암기간 중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암모 환자들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암보험 입원비 지급 개선안에 해당되지 않아 양 측간 분쟁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앞서 보암모 측에 제3자로 구성된 중재기구 설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약관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 답했다.

그러면서 일부 보암모 환자들의 약관 변조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 2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보암모의 농성 과정에서 민원실 폐쇄, 부분적 단전‧단수, 식사 반입 일부제한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조사가 이뤄졌고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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