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반공·안보·성장’에서 ‘균형’으로
미래통합당, ‘반공·안보·성장’에서 ‘균형’으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5.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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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안보·성장 내세운 통합당, 총선 참패로
시대 변하는데 사고방식은 옛날 방식 고수

‘북한의 민주화’ ‘안전’ ‘균형’ 새로운 가치로
새로운 가치의 새로운 리더십 발굴 필요해

미래통합당이 지난 21일 첫 워크숍을 열고 보수 가치를 재정립했다. 기존의 반공, 안보, 성장 등 이념적 가치에서 실생활의 가치로 옮긴 것. 4.15 총선 참패 원인을 이념의 굴레에 갇혀서 시대가 변화한 것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해석했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얼마나 발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는 극우 세력과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편집자주>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84명의 당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이 진행됐다.(사진/뉴시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84명의 당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이 진행됐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21일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4.15 총선 참패의 원인과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였다.

가장 핵심은 시대가 변화하는지를 몰랐다는 자기반성이었다. 시대는 변화했는데 ‘반공’ ‘안보’ ‘성장’ 논리에만 갇혀져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시대적 과제로 생각했고, 그에 따라 ‘반공’ ‘안보’를 중시했다. 또한 국민적 희생을 통해서라도 국가가 성장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길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에 수많은 국민의 희생 위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미래통합당을 이런 이념의 논리를 계속 가지고 왔고 이를 4.15 총선에 그대로 적용 시키려고 했다. 이에 정적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넣었고, 무조건 성장을 위해 기업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 시대는 변화하고

하지만 시대가 변해 ‘북한’을 상대로 한 체제 승리를 이뤄내면서 더 이상 ‘반공’이나 ‘안보’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 않게 됐다. 또한 ‘성장’을 중시하되 ‘어떻게’ 성장하느냐를 중시하게 됐다. 즉, 국민은 ‘성장’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에 ‘반공’ ‘안보’ ‘성장’만 내세우는 미래통합당 보다는 ‘미래지향적 남북관계를 통한 안보’와 ‘성장과 분배를 함께 고려하는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과 비전에 국민적 공감대가 더 형성된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가치를 계속 고수하다보니 시대가 변화한 것을 깨닫지 못하게 됐고, 그것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 이런 이유로 ‘반공’ ‘안보’ ‘성장’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워크숍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특히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다변화된 사회에서 제대로 사회적 적응을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반공’ ‘안보’ ‘성장’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는 세력은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총선에서 참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다변화된 사회라는 것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당선자 워크숍에서 원내지도부를 소개했다.(사진/미래통합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당선자 워크숍에서 원내지도부를 소개했다.(사진/미래통합당)

◇ 북한의 민주화·안전·균형

당선인 워크숍에는 ‘반공’ ‘안보’ ‘성장’ 대신 ‘북한의 민주화’ ‘안전’ ‘균형’을 새로운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신입생 전원이 조선족 중심 다문화 학생인 초등학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중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계획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과의 교역이 우리나라 수출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반공’ 구호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도 무조건 적대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공’이나 ‘안보’만 무조건 내세울 것이 아니라 ‘북한의 민주화’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안보’라는 것이 북한의 위협만 생각하는 반면 ‘안전’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진 등 자연재해는 물론 인재 등으로부터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균형의 경우에는 과거에는 ‘무조건적인 성장’만을 외치고, 그에 따른 국민의 희생을 강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균형’으로 대변된다는 것이다.

즉, 시대가 변화했으니 그에 걸맞는 시대적 가치를 만들어야 하고, 미래통합당이 찾은 시대적 가치는 ‘북한의 민주화’ ‘안전’ ‘균형’이다. 그것을 시대적 가치로 내세워 2022년 대선에서 승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 시대적 가치, 시대적 리더십 필요

문제는 이런 시대적 가치를 발현시킬 시대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 리더십이나 차기 대권 주자로는 이런 시대적 가치를 발현시킬 수가 없기 때문.

22일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해 끝장 토론을 한다. 아마도 임기 연장에 대해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임기 연장이 최대 논쟁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도 숙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830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1980년대생 30대 00학번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경제를 공부한 사람이면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과거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낡은 리더십으로는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기존 차기 대권 주자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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