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솔솔’ 이베이코리아, 이커머스 시장 역사 쓰나
매각설 ‘솔솔’ 이베이코리아, 이커머스 시장 역사 쓰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5.2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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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회사 전환하며 올 초부터 본격 매각설, 가격은 5조 원
소프트뱅크가 그린 알리바바 인수설, 아시아 영토 확장?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사진: 이베이 코리아 변광윤 대표/ 뉴시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사진: 이베이 코리아 변광윤 대표/ 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설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과 사모펀드도 후보에 오르다 최근엔 알리바바 인수설까지 나온 상태다.

유한회사, 매각 위한 초석?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고 있다. 셋의 거래액을 합치면 연 16조 원으로 국내 최대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은 올 초부터 쉬지 않고 거론돼왔다. 당사자는 매번 부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룹 행보는 심상찮다.

매각설에 가장 힘을 싣는 부분은 유한회사 전환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6~2017년까지 3천 억원에 가까운 현금배당을 하면서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2000년대 초 옥션과 G마켓을 인수한 후 최근까지 주식회사 형태를 고수했지만, 지난해 1224일 갑작스레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성격을 변경한 것.

통상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공시 의무에서 자유롭다. 실적, 배당 등을 숨길 수 있어 매각 금액을 높이는 데 전략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만일 매각이 진행된다면 인수를 희망하는 매수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하고 외부에서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다.

또한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대규모 배당 등을 통해 반출해 나가도 알 길이 없다. 이베이코리아가 만일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면 본사도 이 과정에서 부담 없이 회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결국,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작업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번째 매각설의 근거는 이베이 미국 본사가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지난해 초행동주의 헤지펀드 얼리엇매니지먼트, 스타보드밸류 등이 주주로 오르며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헤지펀드들은 이베이 지분을 4% 이상 취득한 뒤 자회사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 이사 파견 등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결국 본사가 헤지펀드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스텁허브(StubHub)405000만 달러에 매각했고 현재 광고사업 부문도 매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사업도 전망이 밝지 않다. 아마존에 크게 밀려 마켓플레이스 부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기업가치도 3300억 달러로 쇼피파이와 같은 후발 이커머스 업체들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매각 금액 5조 원 책정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16조 원이다.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의 약 12% 비중을 차지한다. 한때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이었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등장과 네이버를 비롯한 롯데·신세계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의 여파로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은 3%에 그치며 부진했다.

때문에 매각가로 점쳐지는 5조 원이라는 금액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5조는 이베이코리아 연 거래액을 0.31 배로 산출한 평가금액이다.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영업이익률도 지속 하락하는 것을 감안해서다. 물론 거래액 16조에 1위 프리미엄을 붙여 나온 예상 가격이지만 2018년 기준이다. 지난해 이커머스 결제액으로는 네이버가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기존 유통망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며 자체 배송과 새벽배송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베이는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판매·배송하는 오픈마켓 형식이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점도 존재한다. 지난해 11번가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쿠팡, 티몬, 위메프 등 다수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15년 연속 흑자달성을 유지한 이베이코리아가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인수, 해외매각 가능성

유력 인수 후보는 당초 국내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MBK 등 사모펀드였다. 하지만 최근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해외 이커머스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국내 시장 진출 초석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됐다.

유통 대기업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현재 롯데쇼핑(백화점, 대형마트, SSM, 롭스, 이커머스) 시가총액은 약 27000억 원이다. 면세 부분까지 보유한 신세계그룹의 시가총액도 55000억 원이다. 대기업이 인수하기에 쉽지 않은 몸값이다.

반면 알리바바의 한국 시장 입성 가설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원매자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지론이다. 일부에서는 인수가 5조 원 책정에도 알리바바가 일부 개입했다는 말도 나온다. 알리바바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시장에 새로운 공룡으로 등장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알리바바의 대주주가 소프트뱅크라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지분 26%를 보유했다. 동시에 쿠팡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의 인수가 사실로 결정된다면 소프트뱅크를 통한 이베이와 쿠팡의 연결고리가 생기고 이는 이커머스 시장에 어떠한 지각 변동을 몰고 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동시에 소프트뱅크가 쿠팡을 통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한편에선 매각금액이나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각이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이 성사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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