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힘들다” 국내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
“버티기 힘들다” 국내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6.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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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아니라던 닛산, 결국 16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
올림푸스, GU, 데상트 키즈 등 일본산 소비재 하락

[한국뉴스투데이]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 19사태에 견디지 못한 일본기업들이 속속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걸린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걸린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 (사진제공/뉴시스)

◇16년 만에 한국 떠나는 닛산

지난 5월 28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우치다 마코토 닛산차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말하며 한국 시장 철수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닛산자동차는 200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닛산은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닛산 본사는 지난 3월까지 2019 회계연도에 무려 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는 2018년 약 4조 원 순이익에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수치다. 국내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는 올해 들어 4월까지 합산 판매 대수가 불과 천대에도 미치지 못해 실적이 반 토막 이상 줄었다.

닛산은 이날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합리적인 추정이 어렵다”며 내년도 실적 전망 공표를 보류했다. 이어 “2023년도까지 새로운 중기 경영계획을 제시하고 전 세계 생산능력을 20% 줄여 연간 540만대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함께 밝혔다. 닛산은 생산 규모를 20% 줄이기로 하고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격 폐쇄하기로 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과 북미 시장은 핵심시장으로 사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디카 열풍 이끈 올림푸스도 떠난다

일본 카메라 브랜드 올림푸스도 앞서 지난달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됨에 따라 아쉽게 국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올림푸스는 6월 말까지 국내 카메라 사업을 종료하고 서초 본사 건물에 있는 직영점 브랜드 스토어와 공식 온라인 쇼핑몰인 이스토어도 폐점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진출 20년 만이다.

한때 국내 디카 시장을 점령했던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나 OM-D, PEN, 교환식 렌즈 등을 주력으로 수익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한국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기대하는 성과 달성이 어려워 사업을 종료키로 한 것. 올림푸스의 이런 결정에 국내 카메라 시장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문제는 비단 올림푸스로 끝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니콘, 캐논, 소니 등 메이저 카메라 제조사를 제외한 후지필름, 파나소닉, 리코, 펜탁스 등 일본에 기반을 둔 카메라 제조사들의 국내 거취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유니클로·데상트, 의류업도 침체

일본 불매 ‘노재팬’운동의 가장 큰 표적 중 하나였던 유니클로도 상황이 안 좋다. 유니클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9749억 원으로 2014년(7848억원) 이후 5년 만에 1조 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는 최근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격인 지유(GU)가 우리나라에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2018년 9월 첫 매장을 연지 1년 8개월만이다. 지유는 8월을 전후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경기 용인 롯데몰 수지점,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점포 문을 닫는다. 유니클로의 배우진 대표는 인력 구조조정 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발송해 논란을 사며 최근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유니클로로서는 지유의 철수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 역시 영애슬릿 매장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단행했다. 데상트 영애슬릿 매장은 키즈 대상으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입점한 47개 단독 매장이다. 매출의 절반을 한국에 의존했던 데상트도 코로나19와 노재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데상트의 한국법인인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90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매출액도 15% 감소한 6156억 원에 그쳤다.

◇일본산 매출 하락 장기화 예상

이처럼 한국 시장을 떠나는 일본 브랜드가 늘어나며 남은 기업들 역시 위기를 느끼고 있다. 최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4월 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수출이 10% 이상 줄었다. 특히 맥주류가 포함된 식료품 수출은 54%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 역시 영업이익이 193% 감소해 적자로 돌아섰다. 골프용품 미즈노의 영업이익은 52% 가량 하락했다.

업계는 이 같은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노재팬 운동을 통한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되며 대체재를 찾는 생활이 굳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설령 일본산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다 해도, 코로나 19의 장기화가 더해지며 일본산 소비재에 대한 국내 경기 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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