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맹점?'구하라법으로 돌아본 생모의 자녀 유산 상속 논란
'법의 맹점?'구하라법으로 돌아본 생모의 자녀 유산 상속 논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6.04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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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논란되고 있어
현행법상 존속 살인 등 제한적 경우만 상속 결격 인정
20대 국회 '불발'...서영교 의원, 21대 국회 1호법안 지정

이혼 후 장기간 연락을 끊고 지내다 자녀의 사망 이후 자녀의 유산을 상속받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故 구하라의 사례에서 착안한 일명 ‘구하라법’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가 이번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됐다. <편집자 주>

▲ 최근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들의 유산이나 연금 등을 상속받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구하라법'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이 구하라법에 대해 호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최근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들의 유산이나 연금 등을 상속받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구하라법'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이 구하라법에 대해 호소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양육의 의무를 외면한 부모가 자녀 유산을 받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21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재추진된 ‘구하라법’이 주목받고 있다.

◇ 32년만에 나타난 엄마와 유족연금... ‘전북판 구하라 사건’

전북지역에서 이혼 후 수십년 간 연락을 끊고 지낸 어머니가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유족급여를 받아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 전주에 사는 A씨가 전 부인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둘째 딸은 지난해 1월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아버지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공단은 어머니인 B씨에게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고, B씨는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급여와 둘째 딸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망할 때까지 매달 유족연금 91만원도 받게 됐다.

B씨는 지난 1988년 이혼 이후 단 한번도 자녀들을 만나지 않았고 둘째 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법원에 낸 답변서를 통해 "A씨의 양육비 청구는 부당하다"면서 "당시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내버려 둔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고 반박했다.

◇ 주변에 도사리는 제2의 구하라 사건

이렇듯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들의 유산이나 연금 등을 상속받으려는 움직임은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고속도로 역주행 사건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여성은 “자격없는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원인은 “슬픈 상황에서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동생의 목숨값을 타내려고 한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과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수년간 연락을 끊고 살던 생부 또는 생모가 나타나 자녀의 사망보험금과 배상금을 챙겨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가족 살해 및 유언장 위조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 결격 사유가 인정되고 기타 범죄나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정 소송에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구하라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서영교 의원이 지난 3일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의 민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시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구하라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서영교 의원이 지난 3일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의 민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사진/뉴시스)

◇ ‘구하라법’, 21대 국회 재도전... 국회 문턱 넘을까?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이 논란이 되자 국회는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구하라법은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故 구하라씨의 사망 이후 연락두절 상태였던 친모가 나타나 재산분할 등을 요구했고, 이에 구씨의 친오빠인 구호인씨가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입법을 청원했다.

이에 1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면서 서영교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1대 국회가 개원한 뒤 서영교 의원은 지난 3일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의 민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서 의원은 "고(故) 구하라 씨의 경우처럼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혼한 친모나 친부가 십년 만에 나타나 사망자 보험금을 타가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며 "법과 제도도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이 전 국민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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